창원시 향토문화유산 1호 진해 망주석 2기
지역서 "돌기둥 한 쌍 보존·관리 중요" 목소리

지난달 17일 창원시 향토문화유산(시 지정문화재) 1호로 지정된 진해 망주석(望柱石·무덤 앞 양쪽에 세우는 한 쌍의 돌기둥) 2기를 한곳으로 옮겨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쌍임에도 하나는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별관 앞에, 다른 하나는 진해 제황산공원 진해박물관 앞에 배치돼 있어서다. ▶10월 19일 자 19면 보도

이경민 진해근대문화역사보전회 회장은 지난 31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진해 망주석은 본래 같은 자리 양쪽에 서 있던 한 쌍의 무덤 표지석”이라며 “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이 기회에 돌기둥들을 한곳으로 옮겨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따로 떼어놓고 각기 다른 장소에서 관리하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진해박물관 앞 망주석 1기는 1910년 초 현동 지역 산 중턱에 일본군이 군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후 일본 가고시마현 난슈 신사로 반출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1기가 국외로 무단 유출된 것이다. 그 뒤 한동안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조선 도공 심수관 선생과 주일한국문화원 등의 노력으로 2009년 12월 24일 반환됐다. 원래 2기는 나란히 같은 곳(현동 지역)에 놓여있었으나, 반환되는 과정에서 망주석 1기는 해군기지사령부 별관 앞에 돌기둥과 한 쌍이라는 사실을 시가 인지하지 못해 진해박물관 앞에 배치됐다.

이 회장은 “국내로 망주석이 반환될 무렵 진해지역에 있던 공무원들은 역사적인 이해가 부족해 같은 문화재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우리 지역에 나뉘어 있는 문화재를 한데 모아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해야 한다. 이 점은 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황산공원 진해박물관 앞 망주석. 망주석 몸통에는 '조선석 명치사십삼년팔월이십구일'(朝鮮石 明治四十三年八月二十九日)이라 새겨져 있으며, 명치 43년 8월 29일은 일본이 대한제국 강제 합병을 공식 선포한 경술국치 날짜를 의미한다. /창원시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별관 앞 망주석. /창원시
제황산공원 진해박물관 앞 망주석. 망주석 몸통에는 '조선석 명치사십삼년팔월이십구일'(朝鮮石 明治四十三年八月二十九日)이라 새겨져 있으며, 명치 43년 8월 29일은 일본이 대한제국 강제 합병을 공식 선포한 경술국치 날짜를 의미한다. /창원시

시가 서로 다른 장소에 망주석을 배치한 것을 두고서는 비판도 제기된다. 진해 망주석이 한 쌍이라는 것을 시가 확인한 게 지난 7월인데, 그간 문화재 관리가 잘돼왔다면 반환 전부터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에 있는 망주석과 진해박물관 앞 망주석이 같은 돌기둥이라는 사실을 진작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취지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시가 같은 망주석이라는 걸 지난 7월에야 알았다는 건 그동안 문화재 관리를 허술하게 해왔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이제라도 알았으니 망주석을 옮겨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추후 망주석을 나란히 놔둘 장소를 두고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문화재계 인사는 “같은 장소로 옮겨 망주석을 관리하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원래 있던 자리로 이 둘을 옮기는 게 맞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추후 창원시 향토문화유산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는 언젠가 망주석을 같은 장소에 둘 예정이나, 당장 이를 실행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우홍숙 시 문화유산육성과 문화유산지원팀장은 “추후 망주석 2기를 옮겨 관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면서 “망주석 2기는 관리자와 소유자가 각각 창원시, 해군으로 돼 있는데, 현재로서는 같은 장소로 망주석을 옮길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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