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660억 원에서 560억 원으로 감축
건물 규모 1만 1000㎡→8000㎡로 줄여

허성무 전 시장 때부터 진행돼온 건립사업
행정 작업 마무리에도 시장 바뀌자 축소

홍남표 시장 대표 박물관 건립 의지 안 보여
도청도 부정 기류...예산 편성 하나 없다

허성무 전 창원시장 때부터 본격 추진돼온 창원박물관 건립사업이 출범 넉 달째를 맞은 홍남표 창원시정에서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홍 시장 취임 후 박물관 건립사업 규모는 줄고 사업 기간은 1~2년 연장됐기 때문이다. 시는 당장 내년에 건물 설계용역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여서, 건립 규모와 사업 예산을 추가로 줄여나가다가 건립사업 자체를 아예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창원박물관 건립 의지 없는 창원시 = 지난 31일 창원시 예산담당관실 설명과 해당 부서가 낸 ‘민선 8기 재정혁신 - 재정점검단 재정사업 점검결과 조정내역’ 자료를 종합하면, 시는 기존 박물관 건립에 책정된 사업비를 660억 300만 원에서 100억 300만 원을 줄인 560억 원으로 편성했다. 1만 1000㎡(3327평)로 짓기로 했던 박물관 규모는 8000㎡(2420평)로 조정됐다. 3000㎡ 줄어든 수치다. 창원 성산구 중앙동 159-5 일대(시유지)에 박물관을 짓고자 시가 확보했던 전체 대지면적 3만 5802㎡(1만 830평)는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박물관 개관 시기는 뒤로 늦춰졌다. 2018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온 시는 2024년 착공해 2026년 준공, 이듬해인 2027년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사업 기간이 각각 1~2년 연장됐다. 시가 내놓은 계획대로라면 새 박물관은 빠르면 2028년, 늦으면 2029년에야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사업계획을 수정한 이유로 박물관 사업 경제성 부족, 운영수지 적자 문제를 꼽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재정 여건이 어려워 박물관 건립사업 투입 예산을 손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물관 건립은 예산을 줄여 추진하되, 향후 증축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겠다는 게 시 방침이다.

김태균 시 예산담당관실 주무관은 “박물관이 지어지고 나면 입장료 수입은 일부 있겠지만, 매년 35억 원씩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적인 재정 여건이 열악해 부득이하게 축소가 결정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전면 폐기하기로 한 사업이 여럿인 데 비해 박물관 사업은 전면 폐지하면 안 된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 상황 때문에 애초 계획한 대로 박물관을 지을 순 없지만, 일부 축소해서라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창원박물관 조감도. 사업계획 변경으로 기존보다 규모가 크게 줄게 됐다. 창원시는 내년도 건물 설계용역 진행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남표 시정에서 박물관 건립사업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원시
창원박물관 조감도. 사업계획 변경으로 기존보다 규모가 크게 줄게 됐다. 창원시는 내년도 건물 설계용역 진행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남표 시정에서 박물관 건립사업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원시

◇건립사업에 도비 한 푼도 편성 안 돼 = 공립박물관을 새로 지으려면 지자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업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받아야 한다. 500억 원을 초과하는 사업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절차를 추가로 받게 된다. 초기 700억 원대로 계획됐던 박물관 사업은 수년에 걸쳐 추진된 끝에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지난해 5월과 올해 3월 차례로 조건부 통과했다. 행안부는 지난 심사에서 ‘경남도비 지원계획 협의 후 가용재원 내에서 사업 계획을 조정할 것’, ‘운영수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시는 협의를 거쳐 창원박물관 규모를 축소 조정했다.

문제는 국고 40%, 창원시비 60%를 더해 박물관이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전환사업(국고가 아닌 지방 재원으로 지방이 수행하는 사업) 운영기준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시행되면서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사업으로 추진되던 문화시설 확충사업이 내년부터 전환사업으로 바뀌게 됐다는 점이다. 공립박물관 설립 승인과 예산지원 모두 중앙정부가 하게 돼 있던 게 2023년부터는 중앙정부(문체부)가 설립 권한만 유지하고 예산은 국고 40%가 아닌 도비 40%로 지원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경남도 전환사업보조금이 축소되거나, 창원박물관 건립 건이 전환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는다면 시는 도비 지원 없이 창원시 자체 재원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한다. 까다로운 행정절차가 모두 끝나 예산 투입만 하면 박물관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시는 시비만으로 박물관을 짓긴 어렵다는 태도여서 도 지원 없이는 박물관 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창원시와 마찬가지로 도 역시 창원박물관 건립 사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류가 있어 도가 예산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시는 내년 박물관 설계비 명목으로 약 13억 원을 경남도에 올렸으나, 도는 여기에 도비를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내년도 박물관 건립사업으로 건물 설계만 하겠다는 내용으로 시는 14억 원 가까운 예산을 도에 신청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원시로부터 사업 우선순위를 받아본 결과 박물관 건립사업은 뒷순위로 밀려있었다”며 “우리로서는 박물관 건립사업이 시 중점 사업이 아니라 뒤쪽에 밀려있는 사업이어서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도 있다”라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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