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설치 창원서 무산
민원·운영비 걱정 VS 재공론화 기대
경남도 조례에도 지원 대책 등 부실
경기도 인프라 확충·인식 개선과 대비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설치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사적으로 만든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먹이를 주면서 보살피는 '캣맘'이나 동물보호 활동가와 주민 사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공공급식소는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남에는 길고양이 공공급식소가 아직 없다. 찬반이 팽팽하다며 자치단체가 개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도는 239곳의 공공급식소를 두고 있다.

◇공공급식소 설치 미룬 창원시 = 창원시의회는 올 3월 22일 본회의에서 '창원시 동물보호센터 운영 및 반려·유기동물 보호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앞서 상임위인 건설해양농림위원회 심사 결과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설치 운영은 시민 공감대 형성 등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건 성숙 때 추진함이 타당하다"며 관련 신설 조항을 삭제했다.

애초 개정안은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설치와 관리·운영 조항을 두고 있었다. 소공원·근린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 수 있고, 관리·운영은 동물보호 법인이나 비영리 민간단체가 대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민 휴식 공간인 공원에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설치 때는 배설물과 악취 민원, 장기적 운영비 증가 등이 예상된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결국 경남 첫 공공급식소 설치는 실현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던 문순규(더불어민주당, 양덕1·2·합성2·구암1·2·봉암동) 의원은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공론화하기를 기대했다. 문 의원은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인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때가 왔다. 이 문제를 푸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며 "한 민원센터 앞 사설급식소 때문에 캣맘과 센터 건물을 운영하는 주민 간에 갈등이 있었고, 이런 사례가 허다하다. 무분별한 사설급식소보다 공공급식소로 오히려 환경이 깨끗해질 것이고, 운영 매뉴얼(안내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반월중앙동행정복지센터 근처에서 길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다. 현재 창원시에는 길고양이 공공급식소가 '0곳'이다. /이동욱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반월중앙동행정복지센터 근처에서 길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다. 현재 창원시에는 길고양이 공공급식소가 '0곳'이다. /이동욱 기자

◇뒤처진 경남동물보호조례 = '경상남도 동물보호 조례'는 2019년 5월 개정 시행된 이후 추가로 개정된 적이 없다. 경남 조례는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말고는 길고양이를 직접 가리키며 의무나 권리를 담은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경기도 동물보호 조례'는 21조(길고양이의 관리 등)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지사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관리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등 계획을 세워 펼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에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운영 사항'을 신설했다.

그래서 경기지사는 시장·군수와 협의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고자 소공원과 근린공원에 급식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길고양이 먹이를 주는 곳과 잠자리로 도심 곳곳에서 주민들의 갈등이 커지다 보니 공존을 추구하고자 자치법규를 다듬은 것이다.

경기도 동물보호과 동물복지팀은 시·군과 함께 2019년부터 매년 50개씩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설치하고 있다. 도비 30%와 시비 70%를 합쳐 급식소 1개당 50만 원 안팎을 지원해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안내 팻말을 세우기도 한다. 전단이나 표지물로 '동물학대 금지'도 홍보한다.

경기도 동물복지팀장은 "31개 시군 중 18개가 공공급식소 설치에 참여하고 있다. 길고양이 학대를 예방하고, 동물보호를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찬반이 여전해 어려움도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동물학대가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있어 인식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남도 축산과 동물복지담당자는 "찬반 양측 대립이 첨예해 공식적으로 (공공급식소) 사업을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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