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 폭력 재판 모니터링 결과 발표
양형인자로 가벼워지는 처벌에 개선 요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목소리 반영할 방법 고민해야”

술에 취했다거나, 범죄 전력이 없고 가족 부양의 의무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감형되는 ‘양형 인자’가 여성폭력 처벌을 약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1일 경남여성단체연합은 경남도의회에서 ‘2022년 경남 여성안전 모니터링 보고회와 개선 방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주최 31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2022 경남여성안전 모니터링 결과 보고 및 개선방향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황선민 인턴기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주최 31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2022 경남여성안전 모니터링 결과 보고 및 개선방향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황선민 인턴기자

김유순 경남여성단체연합 부설 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뻔한 반성, 주취나 심신미약, 범죄 전력 등이 더 이상 피고인의 형량을 줄이는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된다”며 “합의도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최소한의 보상 도구인데 피고인에게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시민모니터링단 15명을 꾸려 7월 21일부터 9월 23일까지 창원지방법원·마산지방법원·진주지방법원에서 재판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들은 23일간 123건의 재판을 지켜봤다.

한 모니터링 참가자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변호인도 피고인이 연로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재범 위험이 없다면서 선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반성문과 주변 평판, 가정사가 피고인에게 이득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판 방향이 감형할 방법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지 말고, 죄질과 재판에 참여하는 태도에 따라 가중처벌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 7월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양형인자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고령 같은 양형 인자를 삭제하거나 감경 요소가 되기 위한 조건을 달았다.

이경옥 창원여성살림공동체 대표는 “양형위원회의 양형 인자 개선 등으로 재판부의 변화가 미미하게나마 생기고 있지만 피고인의 오지도 않은 창창한 미래는 걱정하고, 피고인이 망친 피해자의 현재 삶과 미래는 잊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연합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재판부에 잘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강경민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대표는 “재판 지원을 하면서 사법부가 피해자 회복과 일상 재구성을 위해 존재하고 기능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며 “피해자는 재판 내용이나 절차에 개입하지도 못하고, 모욕적인 질문을 받기도 하는 등 다시 내 삶을 찾기 위한 재판이 삶을 그만두고 싶은 절망에 빠지게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미 변호사는 “피해자 호소를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법원과 검찰이 전통적인 여성관으로 피해자를 바라보거나 피해자성을 요구하지 않는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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