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지인 걱정…주말 내내 무력감
재난 대비 지자체·경찰 등 책임 촉구
정치권도 정쟁 중단 뒤 애도 한뜻
도민 헌화·분향, 심리상담도 진행

서울 이태원 참사 소식에 도내 대학생들도 침울한 월요일을 맞이했다. 31일 만난 학생들은 참사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도청 앞 합동분향소에는 종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학가 표정 = 서울이 고향인 최현호(경남대 건축학과 2학년) 씨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가족과 지인에게 연락했다. 모두 무사했지만, 최 씨는 주말 내내 관련 뉴스를 지켜봤다.

그는 "서울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 가족이 사망하거나 다쳤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사고가 더 가깝게 느껴졌고 아직도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PR(심폐소생술)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 직접 도울 수 없어서 마음이 더 아팠고 주말 내내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마산국화축제장을 다녀왔다는 오유정(경남대 심리학과 3학년) 씨는 "살면서 인파가 몰리는 축제나 행사에 갈 일이 누구나 있을 텐데 그런 일상적인 공간에서 사고가 벌어졌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며 "국화축제장처럼 탁 트인 곳에서도 사람이 붐비면 서로 뒤엉키는데, 사고가 난 이태원의 좁은 골목은 얼마나 복잡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이 많이 몰릴 거라고 예상했던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비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현장에서 일부 시민들의 미성숙한 모습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 같다"고 덧붙였다.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준서(창원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씨는 "지금은 누구한테 책임이 있는지 생각을 안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면서 "정부나 경찰이 당시 현장을 관리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는데, 마땅히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을 듯해서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원민(창원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씨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정비하거나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경찰을 더 많이 배치해 사고 가능성을 줄여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빈·최연진(창원대 독어독문학과 2학년) 씨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보고 "안타깝고 허무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람이 그렇게 많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통제가 안 됐다. 주의하고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이 같은 상황에는 구청 등 행정에서 나와서 안전을 챙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청 분향소 발길…심리상담 가능 = 이날 오전 경남도는 도청 본관 앞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분향소에는 박완수 도지사, 김진부 도의회 의장, 김병수 경남경찰청장 이름으로 조화가 놓였다. 공무원들은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았다.

10월 31일 오전 경남도청 주차장에 서울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이날 오전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헌화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김상원 경남도 행정혁신과장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도민들이 애도하는 마음을 표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비통한 일이 생겼는데, 마음을 추스르고 서로 위로하고 극복할 수 있는 분향소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분향소 옆에는 경남도와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가 함께 마련한 '찾아가는 재난심리 회복지원 서비스'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모든 도민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변유정 경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담당자는 "매스컴에 나온 영상들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잠이 안 온다며 상담을 받은 분들이 있었다"면서 "깊은 상담을 원할 때에도 안내를 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완수 지사는 오전 11시께 실·국장 등 20여 명과 함께 하얀 국화꽃을 바치고 고인들을 위해 묵념했다. 박 지사는 "예기치 못한 큰 사고에 희생되신 분들의 삼가 명복을 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부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홍남표 창원시장도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이곳 분향소를 찾았다. 홍 시장은 "이태원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와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글을 남겼다.

도내 정치권도 애도에 동참했다.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조영제(함안1) 원내대표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사고 수습이 먼저다. 사고 추측 원인과 가해자로 의심받는 사람들의 각종 소문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도 지역위원장과 당직자, 당원 등 5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도당은 논평을 내고 "희생자 추모와 가족 위로, 부상자 치유와 회복을 위해 당국이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국회와 당 차원의 요청에 무조건 협력할 것이다"며 "도당은 애도 기간에 모든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의원이나 당 이름으로 거리에 내건 정치구호성 현수막을 신속히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논평을 발표했고, 진보당은 철저한 원인 진단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기준 분향소에는 270여 명이 다녀갔다. 분향소는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매일 오전 8시~오후 10시 운영할 계획인데,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이동욱 박신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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