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진보정당·시민단체 참석자들
'욱일기 경례'에 "주권과 평화 파괴 행위"
일본행 해군 소양함 29일 진해항서 출항

윤석열 정부가 일본 관함식에 우리 해군을 참가시키기로 하면서 경남에서도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정부는 오는 11월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리는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우리 해군 참가를 결정했다.

앞서 일본 해상자위대가 우리 해군을 관함식에 초대했다. 관함식은 국가원수 등이 자기 나라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의식으로, 군함과 병사 사기 등을 살피는 행사다. 하지만 일본 해상자위대 깃발이 일본의 침략전쟁과 전쟁범죄 상징인 욱일기와 모양이 같고, 여기에 우리 해군이 경례한다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산별조직 조합원과 진보정당·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여 명은 29일 오전 11시 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결정을 규탄하고,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불러오는 모든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관함식에는 해군 군수지원함인 소양함이 참석하는데, 소양함은 이날 진해항에서 출발해 11월 1일 일본 요코스카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은 "우리를 침략해왔던 군함을 향해 누가 예의를 갖추라고 하는가"라며 "윤석열 정권은 차라리 일제에 거북선을 갖다바쳐라"고 꾸짖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산별조직 조합원과 진보정당·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여 명이 29일 오전 11시 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우리 해군을 일본 관함식에 참가시키기로 한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산별조직 조합원과 진보정당·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여 명이 29일 오전 11시 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우리 해군을 일본 관함식에 참가시키기로 한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우리의 주권과 평화를 파괴하는 치욕적인 행위"라고 짚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복직 이후 통영 제승당 (이순신이 1592년 임진왜란 때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끌고 지은 사당) 사무소장을 지냈는데, 왜놈 한 놈도 돌려보낼 수 없다며 전장에 목숨을 바친 이순신 장군이 정말 통곡할 일"이라며 "일본이 위안부, 강제징용,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어떤 문제에서 우리를 이웃 국가로 인정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 대표는 "7년 전 일본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가한 적이 있다는데, 7년 이상 역사를 후퇴시키는 결정이며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미경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부르는 비질런트스톰 훈련(전시 대비 한국·미국 군용기 240여 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당장 취소하고, 모든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일본의 침략전쟁과 전쟁범죄 상징인 욱일기를 갈기갈기 찢고 있다. /이동욱 기자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일본의 침략전쟁과 전쟁범죄 상징인 욱일기를 갈기갈기 찢고 있다. /이동욱 기자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욱일기가 펄럭이는 국제관함식에 우리 군을 참가시키겠다는 것은 미일 군사동맹의 하위 파트너로서 충직한 개의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들은 △일본 자위대 관함식 참가 철회 △자위대 한반도 재진출을 뒷받침할 한일 또는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 △일본의 한반도 침략 과거사 반성 △윤석열 정권의 친일국방·한반도 핵전쟁 책동·한미연합공중훈련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상징 의식으로 욱일기를 갈기갈기 찢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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