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범죄에 한해 감경 처분
경찰 “사회적 약자 구제 힘쓸 터”

13일 오후 창원중부경찰서에서 경미심사범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창원중부경찰서
13일 오후 창원중부경찰서에서 경미심사범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창원중부경찰서

#1. 올해 8월 창원의 한 종합생활용품 판매점에서 사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여성 ㄱ 씨가 판매점 내부에서 초콜릿을 계산하지 않고 먹었다. 이런 일이 세 차례 반복되자 판매점에서 ㄱ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알고 보니 ㄱ 씨는 지적장애 2급이었다. 어머니가 ㄱ 씨와 함께 판매점을 찾아 사과하고 일부 금액을 변상했다.

#2. 주택가에 내다놓은 종량제 봉투가 사라졌다. 용의자는 폐지를 수집해서 돈을 벌던 80대 노인 ㄴ 씨. 그는 종량제 봉투 안에 담긴 쓰레기를 내다버렸다. 그리고 종량제 봉투만 가지고 가려다가 쓰레기를 내다 놓은 주인에게 적발됐다. 현장에서 종량제 봉투가 수거됐으며, 피해가 경미했지만 주인이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두 사건 모두 경찰에 정식 사건으로 접수돼 절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다행히 두 사람은 감경 처분을 받아 훈방 조치됐다. 바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덕분이다.

경찰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낮은 경미한 범죄를 구제해주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서 또는 지구대로 접수된 사건 가운데 범죄 정도가 가벼우면 현장에서 훈방 처리하거나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서 감경 여부를 결정한다.

창원중부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은 5명(변호사·자영업자·심리학 전문가·학부모·교육 연구원)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상황을 헤아리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에 신중을 거듭한다. 위원회가 선처해주기로 하면 형사입건 대상자는 즉결심판으로, 즉결심판 대상자는 훈방으로 각각 감경받는다.

13일 오후 창원중부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ㄱ 씨 사건에 대해 훈방 결정을 내렸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가 없거나 경미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을 따져 감경 처분을 결정한다. 

공연진 창원중부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위는 “아마 ㄱ 씨는 재판에서 심신미약으로 판단돼 형 면제를 받을 수 있겠지만 법정에 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즉결심판 사안으로 사건이 넘어왔지만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서 감경 처분을 내려 훈방 조치가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창원중부경찰서 생활질서계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운영과 함께 경찰서 또는 지구대로부터 접수된 경미범죄를 분류하고, 현장 경찰관이 알맞게 훈방 조치를 내렸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웃지 못할 사건들이 경미 범죄로 분류되고 있다. 동네 텃밭에 들어가서 깻잎 85장을 훔친 할머니, 야산에서 산책하다가 감 10개를 가져간 할아버지, 잠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물건을 훔친 청소년도 경미범죄심사위원회로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창원중부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의결 현황을 보면 2020년 25건 모두 감경 처분이 내려졌다. 2021년에는 32건 가운데 약 87%(28건) 사건이 감경됐다.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는 17건 모두 감경됐다. 

박중환 창원중부경찰서 생활질서계장은 “경미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대부분 미성년자,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라며 “사회적 약자 구제를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경미 범죄를 발굴하고, 감경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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