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부마항쟁 소재 영화 '10월의 이름들'
충남 태안군 민간인 학살사건 다룬 '태안' 상영
구자환·이동윤 감독, 영화제 찾아 시대 아픔 공유

지난 15일 폐막한 제6회 부마민주영화제에 나온 초청작 중 무엇보다 뜻깊은 상영작이 있었다. 부마민주항쟁 소재 다큐멘터리 <10월의 이름들>(이동윤 감독)과 한국전쟁 시기 충남 태안군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태안>(구자환 감독)이다.

이동윤(오른쪽) 감독이 지난 15일 오후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독립서점 산책에서 열린 영화 <10월의 이름들>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부마항쟁 참여자들이 들려주는 당대 이야기 = <10월의 이름들>은 부산지역 언론사인 국제신문이 2018년 8월부터 21차례 보도된 기획 기사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3’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3년간 연재된 기획물을 바탕으로 국제신문 디지털국 소속 이동윤 기자가 장편 다큐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10월의 이름들>은 40년 전인 1979년 항쟁에 관여했던 이들을 등장시켜 부마민주항쟁을 조명한다. 관련자 10여 명이 직접 출연해 당대 시대적 상황과 그들의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들려준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동윤(28) 기자는 지난 15일 오후 4시 30분께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독립서점 ‘산책’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서 “기존 부마항쟁 소재 다큐멘터리들은 거시적으로 접근해 부마항쟁이 근현대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초점을 맞췄다면, <10월의 이름들>은 사건과 그 내용들을 사적으로 바라본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개별 목소리에 힘을 많이 실었다”면서 “목소리가 합쳐져 힘이 발휘되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그는 “진상규명이 안된 분들, 규명됐더라도 보상 등이 굉장히 미미한 상황”이라며 “보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물꼬가 돼 부마항쟁을 잊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10월의 이름들>은 개봉 대신 공동체 상영 위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10월의 이름들> 관객과의 대회에는 부마항쟁 관련자들도 참석했다. 사진은 김영환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최석환 기자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들의 눈물 = <태안>은 태안군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사건을 조명한다. 72년 전인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내에서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되는 동안, 태안에서는 1200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침묵을 강요받던 피해 유족들은 지금도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독립서점 산책에서 열린 영화 <태안>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구자환 감독. /부마민주영화제 사무국

<태안>을 연출한 구자환(54) 감독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민간인 학살사건을 처음 알게 된 2004년 이후 지속적인 유족 부탁에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며 “첫 작품 <레드툼>이 나올 때만 해도 민간인 학살사건을 알게 된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그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잇따를 줄 알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고 관심도 없는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구 감독은 이런 끔찍한 역사가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민간인학살 관련 영화를 추가 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살당한 이들을 추모하고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국가 지정 추념일이 만들어지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서 잘 팔리지 않지만, 민간인학살 관련 영화를 계속 만들 예정”이라면서 “국가 지정 기념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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