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에 판소리 시작 국악 가족이라 자연스레 소리꾼으로
3년전 경남국악관현악단 휴와 인연 지금까지 주요 역할
걸걸해진 목소리...어릴땐 친구들이 할아버지라고 놀려
중3 때 적벽가 눈대목 완창...성대 물혹 시술 후 재활 성공

경남국악관현악단 휴(이하 휴)의 공연을 즐겨 보는 이라면 소리꾼 구다영(28)이라는 이름이 상당히 익숙할 것이다. 그를 처음 본 건 3년 전, 2019년 10월 10일 마산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휴의 ‘판소리, 시대의 옷을 입다’ 공연에서였다. 이후 그는 휴의 공연 대부분에 출연했다. 휴의 공연 활동이 활발한 만큼 그가 관객과 만나는 횟수도 많을 수밖에 없겠다. 최근에 그가 출연한 공연 중에 지난 8월 30일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알라딘-연기의 마인>이 있다. 세계 명작 <알라딘과 마법 램프>를 판소리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기존 이야기를 판소리에 형식에 맞춰 대본을 새롭게 만든 이가 소리꾼 구다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활동에 호기심이 생겼다. 지난 13일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밭에서 그를 만났다.

소리꾼 구다영이 지난 13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밭에서 인터뷰 직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소리꾼 구다영이 지난 13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밭에서 인터뷰 직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언제부터 소리꾼이 되고 싶었을까 = 만나서 사진 촬영도 할 거라고 했더니 “차에 한복이 있는데 갈아입을까요?” 한다. 경북 청도에서 부랴부랴 왔는데, 30분 후에는 또 양산으로 가야 하는 일정이라 옷을 갈아입고 할 여유가 없었다. “그냥 그대로도 좋은데요” 했더니 부채라도 가져오겠단다.

요즘 예술인들 대부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듯이 그 역시 숨돌릴 틈도 없다. 게다가 활동 반경이 청도, 마산, 대구, 거기에 양산까지. 수도권에서 공부하는 것도 있으니 어찌 여유가 있으랴. 지난 9월 29일 진해야외공연장에서 국악뮤지컬 <since 1955 흑백다방> 공연이 있었고 오는 18일엔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국악뮤지컬 <벚꽃, 그 찬란한 이름의 주인>에서 해설을 맡았다.

“저는 5살에 판소리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형제자매가 많은데 나이 차도 커서 제가 태어났을 때 이미 언니 오빠들이 아버지의 권유로 사물놀이를 배우며 국악에 입문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국악을 한다는 것이 특별하다거나 즐거운 일인 줄 몰랐어요. 오히려 선택권 없이 반강제적으로 주어진 환경이 힘들게만 여겨졌었지요. 여러 과정을 겪고 계기를 지나면서, 지금은 제가 소리꾼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 즐겁게 노래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온가족이 국악인이다. 큰오빠는 피리 연주자로 현재 대구시립국악단에 소속되어 있고, 큰언니는 온누리국악예술단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작은언니는 프리랜서 가야금 연주자다.

소리꾼 구다영이 지난 13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밭에서 인터뷰 직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소리꾼 구다영이 지난 13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밭에서 인터뷰 직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휴’와는 어떤 인연으로 단원이 되었나 = 세상일이 그렇듯 예술계도 인연이 이렇게 닿고 저렇게 닿아 활동 영역이 정해지나 보다. 2019년 휴가 ‘판소리, 시대의 옷을 입다’ 시리즈를 준비할 때 송철민 단장이 젊은 소리꾼을 찾았고 휴에서 활동하던 오빠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휴와 인연을 맺게 되었단다.

“그다음 알라딘 이야기를 음악극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해주셨고, 대표님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알라딘-연기의 마인>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후로 지역의 위대한 음악가 윤이상의 삶과 그의 음악을 담은 창작 음악극 <무악>을 완성해서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영상 자료로 남기기도 하고, 또 다른 지역의 위대한 미술가 이성자의 일대기를 담은 <거장의 여정; 이성자의 은하수> 작품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소리꾼 구다영이 지난 13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밭에서 인터뷰 직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소리꾼 구다영이 지난 13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밭에서 인터뷰 직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그것뿐인가. 지역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성호별곡>, 창원향교를 배경으로 한 창작 국악 뮤지컬 <꽃물 들다>도 있다. 벌써 한 손으로는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작품을 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알라딘-연기의 마인>은 전통 판소리 소재가 아니어서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게 궁금했다.

“사실 처음에는 송 단장님의 아이디어가 놀랍기만 하고, 어떤 식의 작품으로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겁나기도 했고요. 거의 10개월에 걸쳐 정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머리도 몇 번 쥐어뜯다 보니 어느새 겨우 대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 위에 음악과 춤과 여러 요소로 색을 채우는 과정이 생각보다 엄청 어렵고, 힘들고, 오래 걸렸습니다. 정말 어렵고 어렵게 준비한 작품이다 보니 첫 공연을 마치고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희열이 막 차오르면서 기쁨의 눈물도 조금 났던 것 같아요.”

지난 8월 30일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알라딘-연기의 마인' 공연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다영 소리꾼./정현수 기자
지난 8월 30일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알라딘-연기의 마인' 공연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다영 소리꾼./정현수 기자

◇소리꾼의 목소리를 뚝배기에 비유하던데, 타고난 것일까 = 창법 때문이다. 일반 가수들이 하는 ‘공기 반 소리 반’ 창법과 달리 판소리는 ‘공기 제로 소리 백’ 창법이란다.

“소리꾼들은 그 소리를 흔히 ‘통성’이라고 해요. 특히 옛날에는 목소리를 가볍게 쓰거나 부드럽게 사용하면 선생님들이 꾀부리고 요령 피운다고 크게 혼내시기도 했어요. 이렇게 성대를 혹사하다시피 쓰니 자연히 목소리가 쉬게 되고, 그런 상태로도 계속 연습을 하다 보면 성대가 변형되면서 아예 음성이 바뀌게 됩니다.”

목소리 때문에 속상했던 적도 있었다.
“제가 청소년 시절에는 누구보다 목소리가 크고, 걸걸하고 탁한 음성이어서 친구들이 맨날 남자 선생님이나 할아버지 같다고 놀렸어요. 그런데 변성기가 지나고 성인이 된 후에 소리를 5분만 해도 성대가 팍 쉬어 말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제 성대가 판소리를 하기에는 매우 약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그래서 2019년 성대치료 를 받았는데, 결절일 줄 알았던 게 물혹 때문이었단다. 시술을 받고 2주간의 금언(禁言) 기간이 지나고 보니 완전히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불만이었고 속상한 일이었다. 새로 발성을 익히고 목소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0일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알라딘-연기의 마인' 공연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다영 소리꾼./정현수 기자
지난 8월 30일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알라딘-연기의 마인' 공연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다영 소리꾼./정현수 기자

◇소리꾼에게 판소리 완창과 퓨전화에 대한 생각은 = “저는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적벽가 눈대목 완창 발표회를 했는데요, 원래는 4시간 반 정도 분량의 소리를 눈대목 중심으로 하여 2시간에 걸쳐 발표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누리망(인터넷)에서 ‘구다영’으로 검색하면 당시의 사실이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로 화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날치밴드처럼 판소리를 퓨전화해서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일이죠. (판소리가) 늘 대중의 관심 밖에 머물던 때가 불과 10년도 안 된 것 같아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변화는 정말 꿈같은 일이지요.”

소리꾼으로서 이루고 싶은 건 뭘까.
“우선 제가 이수한 박동진 선생님의 적벽가조차도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어 그 소리부터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나아가서는 후대에도 불리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마디 덧붙이라고 했더니, 18일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초연으로 열리는 <벚꽃, 그 찬란한 이름의 주인>에 많은 관심을 보여 달란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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