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이번 주는 김연수 기자입니다.

지난 4일 국회가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를 시작했습니다. 국정을 감시·비판하는 기능을 하는 만큼 정부기관이 뜨끔할 만한 자료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귀가 쫑긋하는 말 잔치를 중계하는 데 치중합니다.

△'윤건영 종북 발언' 공방…"그런 측면이" 김문수 답변에 파행(10월 12일 뉴스A)

△윤건영 "제가 수령님께 충성하나?" VS 김문수 "그런 측면 있다"(10월 13일 세계일보)

언론에게 '공방'은 책임을 회피하는 편리한 도구입니다. 물론 객관성이라는 명분은 내세웁니다. 예를 든 제목을 보면 심지어 'VS'를 썼습니다. 언론은 마치 균형자처럼 발언을 양분해서 제목을 썼습니다. 하지만 기사 분량으로 균형과 형평을 맞추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반문해봅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국회의원을 겨냥해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한 과거 발언은 그가 평소 어떤 사고를 하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12일 국감 현장에서 이 발언이 도마에 올랐고, 언론은 이를 보도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부터 '가치 판단'을 합니다. 보도를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기사 분량, 비중, 제목 등 수많은 판단을 거칩니다. 그렇다면 대립하는 두 의견을 단지 나열하는 것 또한 '객관적으로 보이게 하겠다'는 주관적 판단입니다. 발언만 나열하는 방식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언론은 국감 현장에서 나온 김 위원장 발언을 토대로 한 발짝 더 들어가는 보도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싸움만 중계하는 보도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뒤따르는 부작용이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남는 건 김문수? 언론이 해프닝성 보도를 쏟아내는 동안 피감기관은 씨익 웃음 짓고 있습니다. 뉴스분석 누리집(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언론사가 보도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관련기사 438건 중 김문수 위원장의 '수령님' 발언 관련기사만 86건(19%)입니다. 감사위원 16명, 피감기관 20곳이 참여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위원장의 입만 중요할 리는 없습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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