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합성동고분군 발굴조사 문제점

창원시 향토문화유산 1호 지정 코앞이지만
지정되더라도 아무런 보존관리 대책 없어

전문가들 "창원대표 유적 일회성 조사 말아야"
체계적 유적·정비 발굴 계획 필요 한목소리

시 자문위 의견 따라 지표조사 먼저 진행
내년도 고분군 추가 발굴조사 어려울 듯

삼강문화재연구원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창원 합성동 고분군 1호분 무덤 내부. /삼강문화재연구원

창원 합성동고분군은 6세기 초 창원지역 가야시대 왕 무덤이자, 창원지역 유일 대형 무덤 유적(비지정문화재)이다. 대표적인 지역 가야문화유산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동안 이 유적은 창원시 무관심 속에 보존·관리되지 못했다. 일대는 등산로와 나무 의자, 정자 등이 잇달아 들어서는 등 오랜 기간 훼손·방치돼왔다.

시는 합성동고분군 성격을 규명하고자 삼강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1억 5000만 원(도비 6000만 원·시비 9000만 원)을 들여 1호분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창원 고대사(가야사)를 밝혀 지역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민 역사교육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는 그밖의 추가 발굴이나 유적 종합 정비계획을 마련할 생각이 없다는 태도여서, 고분군은 또다시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9월 29일·10월 13일 자 18면 보도

합성동 고분군 전경. /삼강문화재연구원

◇유적 종합 정비·발굴계획 세워야 = 전문가들은 일회성 조사 대신 종합적인 정비·발굴계획을 짜 계획된 방침 아래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창원지역을 대표하는 가야유적인 만큼 훼손 방지대책과 유적 실체 규명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용 창원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전체적인 종합 정비·발굴계획을 만들어서 차근차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커다란 봉분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몇 개의 고분이 어디에 분포하는지 확인하고 나서 연차적으로 추가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유적 주변으로 등산로가 나 있는데 이 길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가 유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꼭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희 인제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합성동고분군은 가야 멸망 직전 창원 고대사의 한 페이지를 쓴 집단 유적”이라며 “여기서 조사를 끝내면 안 되고, 반드시 추가적인 조사를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문화재 지정도 필요하다. 발굴한 이후 표지판도 세워서 왕의 무덤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안내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 등으로 구성된 합성동고분군 발굴조사 자문위원단은 최근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해 북쪽으로 더 돌출된 구역이 있으나, 이번 조사로는 정확한 무덤 구조를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무덤 내부에서는) 대가야, 소가야, 신라 계통 토기 조각과 철기 유물이 수습되었으나 완전히 도굴됐다”며 “봉토도 유실이 심하나 봉토 성토를 위한 목주(나무 기둥)가 각 방향으로 남아있고, 규모도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원 분지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봉토분으로 향후 추가조사와 고분군의 정밀 지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합성동 고분군 출토 유물. 1호분은 길이 460㎝, 너비 126㎝, 최대깊이 125㎝로 10단에서 11단 규모로 쌓였다. 무덤 내부에서는 바리모양 그릇받침(발형기대), 굽다리접시(고배) 등 대가야와 소가야, 신라 계통 깨진 토기 조각 68점이 수습됐다. 이와 함께 꺽쇠와 쇠로 만들어진 손칼(철도자) 등 철기 유물 14점도 출토됐다. 대부분 도굴돼 유물 수는 적었다. /삼강문화재연구원 

◇아무 계획 없는 창원시 = 시는 지난 7월 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를 열어 도계동고분군, 진해 망주석을 포함해 합성동고분군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유적 3곳은 오는 15~16일 중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 지정이 완료되면 ‘창원시 향토문화유산 보호 조례’ 제14조 1항에 따라 향토문화유산 원형이 변형되지 않도록 보존·관리된다.

문제는 시가 합성동고분군을 향토문화유산 1호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해놓고도 종합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정문화재도 관리가 되지 않는 실정이어서, 비지정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정비방침을 짤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향토문화유산 지정을 앞둔 합성동 고분군. 하지만 창원시는 유적 정비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정비 계획이 없으니 발굴계획도 나와 있지 않다. 향토문화유산 지정이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삼강문화재연구원 고분군 발굴조사 과정에서 촬영된 유적 일대 모습. /삼강문화재연구원 

이병선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 학예연구사는 “현재로서는 합성동고분군 종합 정비계획은 없다”며 “창원에 지정문화재가 145개인데, 이 중에서도 창원시 종합 정비계획이 수립된 곳이 2곳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성에 관해서는 공감하지만, 비지정문화재 종합 정비계획을 세우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시는 추가 발굴 역시 예산 문제 때문에 내년도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표조사 이외에 종합 정비계획이나 추가 발굴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학예사는 “이번 발굴조사의 경우 합성동고분군 유적 전체 범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현황조사를 했다는 게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우선 정밀지표조사를 진행해서 합성동 고분군의 전반적인 유적 범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발굴조사 경우에도 2억 원대 예산을 올렸으나 모두 반영이 되지 않았다”면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안전 문제를 고려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을 두고서는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며 “다음에는 안전하게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을 넉넉하게 확보하겠다”라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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