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이번 주는 김연수 기자입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핵심은 예비비 496억 원을 과소 추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오전 11시 <뉴시스>는 제목에 '창사 기획'을 내걸고 대통령실 이전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로 처음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을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에서 남을 순간'이라고 표현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를 '비호하는 기사'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겠군요.

△[창사기획-대한민국 리셋]尹, '대통령 문화' 바꾸기 본격화(10월 4일 뉴시스)

사실과 의견이 뒤섞이면 기사는 제 역할을 못합니다. 이 기사가 그렇습니다. 기사에서 청와대 개방과 용산 대통령실 첫 출근을 평가하는 대목을 보시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낯선 두 풍경은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에서 남을 순간으로, 대통령 문화를 바꿔 놓는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역사에 남을 순간'은 기자 해석이며 '시각이 많다'는 것은 검증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통령 문화를 바꿔놓는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지 적은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정치 평론가라면 모를까, 언론이라면 '많다'라는 두 글자에는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책임이 따릅니다. 적어도 다양한 의견을 담는다든지, 여론조사 결과라도 담는 성의는 보여야 합니다.

한 문장 더 보겠습니다. 

'건축공학자들은 이런 환경은 대통령이 호출하면 비서진들이 신하가 입궐하듯 집무실로 가서 보고해야 하는 봉건적 공간 시스템이라고 주장해왔다.'

주어가 복수입니다. 또 다른 문장에서도 '전문가들은 이를 변화의 시작으로 본다'고 썼습니다. 집무실 이전이 비판받는 수많은 이유는 빠뜨린 채 건축공학자들, 전문가들을 내세우는 식으로 권위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대통령학 권위자인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와 '한 청와대 관계자' 2명뿐입니다. '건축공학자들은~주장해왔다'라는 문장에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 말이 뒤따르는 것은 영 어색합니다. 마찬가지로 복수 주어를 썼다면 복수 취재원에게 의견을 듣고 이를 기사에 반영하는 성의는 보여야 합니다.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국정감사 기간에 정부를 비호하는 듯한 기사를 쓴 것도 문제지만, 비호하는 근거조차 무성의하게 담았다는 점도 분명하게 짚어야 합니다.

창사기획 기사와 같은 날 오후 <뉴시스>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행정안전부 국정감사를 다룬 기사인데요. 해당 기사 첫 문장을 이번 뉴비자 기사 마지막 문장으로 쓰겠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란이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인 결과임을 수긍했다.'(10월 4일 뉴시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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