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인문대에 승강기 설치 이끌어
지역서 장애인 권리 보장 운동 앞장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장애인 권리 보장 투쟁 때마다 늘 맨 앞자리를 지켰던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가 지난 2일 향년 41세로 세상을 떠났다.

윤 전 대표는 창원시 신마산 일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11살 때인 1992년 2월 세 살 터울 누나 졸업식에 갔다 오는 길에 건널목 건너다 음주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날 사고로 지체 장애 1급 판정을 받고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이동해야 했다.

윤 전 대표는 장애인 권리가 침해받는 현장 어디에나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장애인 권리문제를 지적한 곳은 경남대학교다.

2013년 당시 사회복지학과 4학년생이던 그는 인문대 건물 1층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인문대는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승강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수차례 설치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1인 시위를 하고 차별당한 내용이 담긴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다.

결국 2015년 인권위가 학교 측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면서 인문관에 승강기가 들어서고 장애인 편의시설도 확충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장애인 권리 보장 운동에 뛰어들었다. 2014년도에는 창원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 활동보조 시추가지원 시간을 축소하자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닷새 동안 창원시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사업 축소를 철회하겠다는 시의 답변을 받아냈다.

2016년도에는 창원시가 교통약자 콜택시를 감차하려고 하자 역시 장애인단체와 연대 투쟁해 감차를 막고 오히려 10대 증차시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는 장애인 권리 투쟁 현장 처음과 끝을 항상지켰다.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가 2014년 창원시의 장애인 활동보조 시추가지원 시간을 축소에 맞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가 2014년 창원시의 장애인 활동보조 시추가지원 시간을 축소에 맞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윤 전 대표는 2015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로 일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많은 관심을 뒀다. 자신이 전동휠체어로 이동을 하면서 겪었던 차별과 억압을 알리고자 했다.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직접 불편을 겪다 보니 장애인에게 세상은 불합리하고 문제투성이라고 여기면서 사회 환경을 바꾸겠다고 자주 말했다"며 "그래서인지 투쟁을 할 때 보면 조금이라도 장애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버티는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표와 노숙 투쟁도 많이 했는데 그는 다른 당사자들보다 장애 정도가 심한 편이라 힘들었을 것"이라며 "전동휠체어에서 밤을 새운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강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윤 전 대표는 요양을 마치고 내년 2월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로 복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윤 전 대표의 빈소는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20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6시 30분이다.

/박신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