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상주면에서 태어난 남편
어렸을 때 배 타고 낚시 즐겨

아내와 20여년 전 첫 횟집 운영
사업 실패 딛고 계속 회칼 잡아
꼼꼼한 실력으로 '회맛' 살려

남해전통시장은 남해읍 북변리에서 12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해가 깨끗한 자연환경을 고집스럽게 보전한 덕택에 남해전통시장에서 파는 해산물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게 김진일 상인회장 설명이다.

남해전동시장 동쪽 편에는 횟집과 해산물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효준횟집'도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효준횟집 앞에는 각종 해산물이 팔딱거리고 있다. 일주일 중 2~3일은 사장 부부가 물류 차량을 각 지역으로 몰고 가 해산물을 공수한다. 직접 보지 않은 해산물은 팔지도 않는다.

"아드님 이름을 따서 효준횟집이라고 지었냐"는 고리타분한 질문에 "자기 이름 걸면 가게를 운영하는 마음이 좀 다를까 싶어 사장 이름으로 지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부심이 느껴졌다.

남해전통시장에서 효준횟집을 운영하는 김효준(62)·장효숙(60) 부부. /주성희 기자
남해전통시장에서 효준횟집을 운영하는 김효준(62)·장효숙(60) 부부. /주성희 기자

김효준(62)·장효숙(60) 부부는 2018년 남해전통시장에 점포를 얻었다. 현재 효준횟집을 한 지는 4년밖에 안 됐지만 횟감을 다루는 데는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다. 사실 이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김 사장은 회칼을 잡은 지 47년째다. 부인이자 동업자인 장 사장도 30년 넘게 칼을 잡았다.

김 사장은 상주면 상주해변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회 뜨는 법을 배우고 온 유학생이었다. 김 사장에게도 그 영향은 이어졌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은 온통 바다로부터 나온다. 그는 어린 시절 "효준아 학교 잘 다녀오너라"는 어른들 배웅을 뒤로한 채 바다로 향했다. 소년 김효준은 배에 올라타고 낚시를 하고 회를 떴다. 뱃일을 하고 회칼을 잡는 걸 숙명이라 여기던 때였다.

그런 그가 횟집을 여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와 아내는 20여 년 전 상주 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시작했다. 부부 실력이 좋아 장사도 잘됐다. 손님들은 오전 3~4시가 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40~50명을 태운 관광차가 하루에 3~4대씩 밀려들어 왔다. 200석 넘는 식당은 앉을 자리 없이 붐볐다. 

김 사장은 그 당시 뱃사업한 얘기를 들려줬다. 수협과 은행에서 대출받고 멸치잡이 배를 사들였다. 평생 한 일이니 잘할 자신이 있었다. 함께 일할 선원도 구했다. 선원들은 선금을 받고 일했다. 의욕이 넘친 김 사장은 새벽부터 나와 배를 몰았다. 하지만 함께 일해야 할 선원들은 부둣가로 나오지 않았다. 이미 선금까지 받은 일꾼들이었는데 말이다. 동네 사람들과 같이 일했다면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할 테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김 사장 혼자 큰 배를 몰고 멸치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적자는 계속 이어졌다. 뱃 사업은 큰 빚을 만들었다. 잘 되던 가게까지 접었다. 집과 차는 몽땅 저당 잡혔다.

김 사장이 당장 할 수 있는 건 다른 가게에서 일하는 것밖에 없었다. 김 사장은 남해전통시장으로 오기 전 10년 넘게 횟집 주방장으로 지냈다. 차림표 선정, 해산물 공수, 수조 관리 등 가게 운영 전반을 도맡았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부부는 다시 가게를 차렸다. 마침 남해전통시장에 괜찮은 자리도 있었다.

장효숙 김효준 부부가 횟집 안 작업장에서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장효숙 김효준 부부가 횟집 안 작업장에서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장 사장은 "전통시장에 가게를 차리기 전 빚이 많았다"면서 "이제야 돈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웃으며 "하지만 이렇게 돈을 모아도 병원에 다 준다"고 말했다. 부부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다. 두 사람 팔꿈치와 손목엔 파스가 붙어 있다. 칼질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장 사장은 특히 허리가 좋지 않다. 수술받을 정도는 아니라지만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사장은 6년 전 고질적인 왼쪽 어깨가 다시 문제를 일으켜 수술받았다. 이제는 나아지려나 했다. 그러다 올해 1월 오른쪽 어깨까지 수술받았다. 재활치료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가게를 비울 수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장 사장은 남편이 회칼 잡을 때만 꼼꼼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 사장은 "일 빼고 다른 일상은 느긋하게 흘려보낸다"고 말했다.

하루에 40장 넘게 나오는 수건만 봐도 김 사장의 꼼꼼함을 알 수 있다.

부부는 전어 배를 갈라 넓게 펼쳤을 때부터 수건으로 이물질을 닦아낸다. 번거롭고 복잡한 절차다. 흐르는 물에 빨듯이 헹구는 게 편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수건으로 닦는 걸 고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 사장은 "물로 씻으면 맛이 다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 

부부는 점심 때가 됐다며 같이 들자고 상을 차렸다. 그때 맛본 전어회는 이전에 먹었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담백함 그 자체였다. 제철이 주는 맛이었다. 차별화된 지점은 식감에 있었다. 전어 회 식감이 원래 도톰하고 꼬들꼬들했나 싶었다. 식감은 주방장 실력에 좌지우지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맛을 내는 비법은 기본기에 있었다. 김 사장은 해산물마다 쓰는 칼을 달리한다. 하얀 생선 살을 뜨는 칼은 길고 날카롭다. 칼날 폭이 좁다. 반면 성게나 어패류를 손질하는 칼은 그보다 짧고 칼날 폭도 넓은 편이다. 칼날 가는 법이 칼마다 다르다. 매일 칼을 갈고 작업장과 수조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두 부부는 이 기본적인 것을 매일 성실히 해낸다. 

효준횟집은 특히 단골손님이 많다. 낮 12시 조금 지나자 손님 3명이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이들은 미리 전화로 전어회 3인분을 시켜둔 단골이었다. 횟감을 기다렸다가 단박에 입속으로 넣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가게 안은 삽시간에 활기를 띠었다.

장 사장은 밀려드는 손님을 상대하느라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럼에도 싫은 내색은 없었다. 장 사장은 "전통시장은 삶의 현장 그 자체"라며 "힘들어도 활력이 생긴다"고 말하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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