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보복범죄' 표현 2차 가해 우려
불필요한 피의자 과거 행적도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이번 주는 이원재 기자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의자 전주환 씨는 피해자를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스토킹했고, 이에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 1월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습니다. 전 씨는 이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언론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집중해 이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언론이 공통으로 사용한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보복’입니다.

16일 중앙일보 신당역 살인사건 보도. /갈무리
16일 <중앙일보> 신당역 살인사건 보도. /갈무리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해범, 스토킹 선고 전날 보복범행(중앙일보) △300차례 스토킹에도 영장 기각…고소한 女역무원 보복살인(동아일보) △“가해자가 보복이라니…” 커뮤니티 장악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조선일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살펴보면 보복이란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가해를 줌’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상호 간에 해를 주고받은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피해자는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에 자신을 보호하고자 신고를 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이 이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법률상 용어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에 명시된 '보복'의 의미. /갈무리

경찰은 이번 사건에 보복범죄의 가중처벌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는 고소·고발 등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죄를 범한 사람을 가중처벌하게 돼 있습니다. 언론은 이에 근거해 보복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스토킹 사건 보도는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복’이라는 표현은 피해자가 가해자 범행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될 우려가 있습니다.

16일 <TV조선>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공인회계사 합격 보도. /갈무리

△[단독]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2016년에 공인회계사 합격(TV조선)

한편, 일부 언론은 피의자 전 씨의 과거 행적을 전합니다. 서울 유명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거나 공인회계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번 사건과 전 씨의 공인회계사 합격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과거 언론은 n번방 조주빈 과거 행적에도 유사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당시 언론은 조주빈이 과거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탄 것과 봉사활동을 했다는 이야기 등을 보도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이 집중해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요? 적어도 모범생이었던 가해자 과거는 아닐 듯합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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