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대포서 파도타기 도전
이론 및 실습 강습 1회 2시간
날씨 변수부터 챙겨야 할 것들

초보가 초보자에게 전하는 파도타기 매력, 서핑 도전기를 공유한다. 수영이라는 신세계에 입문한 지 어느덧 1년, 지난 16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생애 처음 서핑 배우기에 나섰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는, 경험자를 찾는 길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서핑은 성공했을까. 성공 기준은 저마다 다르니, 찰나의 균형을 맛봤다면 절반의 성공이라 여겨본다. 테이크오프(보드 위에 일어서기)로 파도를 타던 7초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물론 그 7초를 위해 2시간 동안 보드와 씨름 아니, 친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중요한 변수, 날씨 = 하마터면 첫 서핑 도전은 수포로 돌아갈 뻔한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태풍 때문이었다. 몇 주 전부터 서핑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온라인에서 물색했다. 부산 송정과 다대포 중에 고민하다가 수영 강사 조언으로 덜 북적이는 다대포를 택했다. 한 강습소에 수강료를 선입금하고 예약까지 다 마쳤는데 태풍이라니. ‘난마돌’이 남쪽 바다를 향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기상 소식을 하루에도 열 두 번 살피며, 일정을 앞당겨 예약 변경에 이르렀다.

잠시 잊고 살았구나. 자연은 사람에게 안식을 제공하지만, 때로는 매서운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바다 환경도 급격히 변화하는 까닭에 해양 스포츠에서 날씨는 가장 큰 변수이자 조건이 된다. 특히 서핑은 파도라는 필요충분조건이 주어져야 탈 수 있어 더욱 그렇다. 파도가 없어도 못 타고 너무 높아도 못 타는, 서핑의 운명을 결정한다.

한여름 바다에서 즐기는 서핑도 좋지만, 서퍼들 사이에서는 가을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김재환(41) 힐링서프 대표는 “7·8월 국내 해변은 바캉스를 온 사람들로 넘쳐나 해수욕존이 넓게 형성되고 상대적으로 서핑존은 좁다”며 “9·10월이면 휴가철도 끝나고 넓은 서핑존에서 마음껏 즐기거나 초급자들이 넓은 바다서 입문하기도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 초입인 6월에는 바다 수온이 20도 미만이라 물속에 들어가면 춥지만, 9~10월에는 수온이 충분히 올라와 있어 여름이 지나도 서핑이 가능하다고 한다.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부산 다대포 해변. 한여름 바캉스철이 지난 이후 9~10월 가을에는 붐비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박정연 기자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부산 다대포 해변. 한여름 바캉스철이 지난 이후 9~10월 가을에는 붐비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박정연 기자

 

◇서핑 준비물 = 첫 번째 준비물은 보드다. 서핑 강습을 받고자 예약한 곳에서 빌렸다. 힐링서프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형형색색의 나무 보드들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아직 빌릴 수 없다. 아쉽지만 초보용은 따로 있는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스펀지 보드를 대여한다. 길이 9피트(270㎝ 정도), 무게는 7~8㎏ 정도이다.

두 번째, 수영복은 챙겨가야 한다. 어떤 걸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밖에 전신슈트를 입기 때문이다. 슈트도 빌려준다. 서핑 고수들 중에는 수영복만 입고 타는 경우도 있지만, 초보는 보드에 부딪히는 일이 잦기 때문에 슈트를 입는 게 좋다. 바다 수온이 내려가도 서핑을 하려면 전신슈트는 필수다. 물론 슈트를 입는다면 발목부터 조여오는 압박에 다 입고 나면 땀 범벅, 쏜살같이 바다로 뛰어들고 싶게 만든다. 따가운 햇빛을 피하고 싶으면 모자를 챙기면 좋다.

세 번째, 개인용 슬리퍼도 준비한다. 해변 이동 때 신어야 한다. 맨발은 모래가 뜨겁거나 깨진 유리 조각 등으로 발에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샤워도구와 간식 등을 챙기면 된다. 돌이켜보니 무엇보다 꼭 챙겨야 할 것은 든든한 뱃속이다. 속이 채워져야 물에서 하는 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론 수업·서핑 예절 배우기 = 1회 2시간 강습비 5만 원. 특가 기간이라 3만 9000원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우선 30분 정도 이론 수업을 받고, 슈트를 갖춰 입은 후 해변으로 가서 모래 위에 보드를 놓고 실전 예습을 한다. 서핑 용어를 알아야 강사 지시에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보드 위치와 발을 놓는 방법 등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숙지해야 한다.

“여러분 서핑을 할 때 애티켓을 꼭 지켜야 합니다. 여럿이 하는 경우 애티켓을 지키지 않으면 서로 부딪혀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핑 예절은 실전에서 더욱 중요하다. 파도가 오면 서로 타려고 하기보다 1명씩 차례로 타고, 옆 사람은 다음 파도를 기다리고 타야 한다.

특히 서핑 필수품 중에 ‘리시’라는 것이 있는데 보드와 몸을 이어주는 안전줄이다. 보드에서 떨어지거나 파도에 휩쓸려도 보드와 연결돼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리시는 보드 꼬리 쪽 덱에 연결하고 오른쪽잡이는 오른 발목에, 왼쪽잡이는 왼쪽 발목에 차야 한다.

강습소 내부에 있는 알록달록 서핑 보드, 나무로 된 롱보드로 상급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박정연 기자
강습소 내부에 있는 알록달록 서핑 보드, 나무로 된 롱보드로 상급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박정연 기자

 

◇보드 위 물 젓기-일어서기 = 실내에서 이론 수업이 끝나면 해변으로 향한다. 해변 초입에 초보용 보드들이 널려 있다. 강사는 보드를 들어 올려서 이동하는 법부터 설명한다. 1개 보드를 허리춤에 올려 혼자 들 수도 있고, 2개 보드를 세로로 놓고 2명이 앞뒤에 나란히 서서 같이 들 수도 있다. 바람 저항을 덜 받으려면 혼자보다 둘이서 드는 게 훨씬 낫다.

땅 짚고 헤엄치기. 지상에서 하는 첫 번째 훈련이다. 보드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다. 그다음 패들링 즉 손으로 물 젓는 방법을 배운다. 뒤에서 오는 파도를 보고 패들링 하면서 앞으로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늘 성공을 좌우하는 테이크오프, 일어서기다.

보드에서 일어서기는 3단계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배를 붙이고 엎드린 상태에서 양손을 가슴 쪽 보드 위에 올리는 1단계, 상체를 들어 올리면 2단계, 한 번에 발 위치를 잡고 양손을 펼쳐 일어서면 3단계 테이크오프가 완성된다. 글로 쓰니 이렇게 쉽지만, 1시간 동안 테이크오프에 성공한 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파도를 타고 보드 위에서 일어서는 순간 같이 서핑을 배우러 온 이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라면 = 한 강습에 최대 인원은 8명이다. 수강 인원은 강습소마다, 평일·주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 하루 중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타임 중 선택해서 예약하면 된다.

김 대표는 “가족·친구 단위로 8명이 한꺼번에 예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은 인원은 아니라서 이곳 다대포에서 서핑을 배우면서 맺어진 인연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핑을 계기로 동호회를 한다거나 바다쓰레기 줍깅을 하는 이들까지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한껏 나눈다”고 말했다.

생애 첫 서핑이 끝난후 바다와 하늘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기념 사진을 찍는다. /힐링서프
생애 첫 서핑이 끝난후 바다와 하늘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기념 사진을 찍는다. /힐링서프

 

혼자 가기는 두려운 마음에 수영을 같이 배우는 이웃사촌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두려움도 잠시, 서핑을 배우러 온 4명의 또 다른 예약자를 만났다. 창원시 진해구에서 온 그들도 서핑이 처음이라고 했다. 30~40대인 그들은 플라잉 요가를 같이 배운 지 1년 정도 된 사이라고 한다. 운명적으로 만난 여성 6명은 2시간 남짓한 서핑 입문 이후 끈끈한 동지애를 다지며 10월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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