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율하 모아미래도 주민들
휴게실에 흙침대까지 "한 가족"
중앙하이츠 복지·소통 눈길

“어차피 사람 사는 일이잖아요. 더불어 살아야죠. 아파트에서 재활용 수익금처럼 수입이 생기면 비용을 따로 쓸 수 있거든요. 동 대표끼리 의논해서 그 돈을 경비원 복지에 쓰게 됐어요.”

지난 여름 30도를 훌쩍 웃도는 찜통 더위에도 에어컨도 없이 업무를 봐야 하는 일부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지가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냉방기와 흙침대가 있는 김해 율하 모아미래도아파트 경비초소 내부 휴게실에서 경비 노동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냉방기와 흙침대가 있는 김해 율하 모아미래도아파트 경비초소 내부 휴게실에서 경비 노동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최근 김해 율하 지역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에어컨 등 냉난방기는 물론이고 경비원들이 겨울에도 따듯하게 쉴 수 있도록 흙침대까지 마련해준 사례가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율하 모아미래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경비 노동자와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고 있다.

주민들이 경비 노동자 근무 환경에 부족함이 없도록 애쓰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주민 마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고기석 모아미래도 관리소장은 “겨울이 되면 추우니까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괜찮은 침대를 고민했다”며 “혼자 쓸 만한 흙 침대가 40만 원 정도 되던데 이번에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찾은 모아미래도 아파트 내부 경비 휴게실에는 흙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경비초소 내부에 에어컨만 2대. 여분의 선풍기도 갖춰져 있다. 덕분에 이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여름 폭염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모아미래도 아파트 5단지 주민 안기학(55) 씨는 “우리 주민들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를 한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경비 노동자들도 아파트 단지 내에 뛰노는 아이들을 위해 교통 신호까지 신경 써주면서 손녀, 손자처럼 돌봐준다”고 말했다.

안 씨는 “감사한 마음에 명절이 되면 음식 하나라도 더 드리게 된다”며 “아파트 입주민 대표자 회의에서 논의해 경비 노동자를 위한 시설을 잘 갖춰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인근 중앙하이츠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도 경비 노동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사소하게 오가는 말이 아파트에 훈기를 더 한다.

중앙하이츠 경비 노동자 김재호(64) 씨는 “입주민들이 경비 노동자들이 힘들 수 있다고 음료수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지나가면서 고생한다고 인사를 건넨다”며 “그렇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면 힘도 나고, 일하는 데도 활력이 생긴다”고 웃었다.

중앙하이츠 아파트 입주민들은 2009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때부터 경비 노동자 복지에 신경을 썼다. 김 씨는 경비초소 내부 가전제품이 모두 최신식이라면서 엄지를 치켜 올렸다.

중앙하이츠 아파트 주민 김욱희(60) 씨는 “경비 노동자 분들이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감사하기도 하고 안쓰러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며 “평소에도 고생 많다는 의미로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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