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도내 301곳 생활문화공동체 구축 지원
문화민주주의 뿌리 주민 협력 성과 남겼지만
올해, 지난해보다 예산 절반 수준으로 진행 중
"사회자산으로 연결되는 긍정효과 예산 확보를"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거창군 위천면 수승대에서 마을 주민과 영화제를 찾는 이가 주인공인 ‘거창상천마을영화제’가 열렸다. 상천마을청년회가 주도해서 2016년부터 진행한 마을의 작은 축제다. 마을영화제 씨앗은 바로 ‘경남 문화우물사업’이다. 이 사업은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 문화공동체 살리기’를 목표로 2014년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 예산은 사업이 안착된 5년 전인 2017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내년에도 사업 예산이 쪼그라든다면, 앞으로 ‘거창상천마을영화제’ 같은 지역 문화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더 이어가기가 어렵다. 지역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는 문화우물사업 현황과 성과, 참여 사례를 살펴본다.

문화우물사업 3년차 창원 에코어울림센터. 사진은 진해웅천 두레박 생태교실에 참여한 아이들. /에코어울림센터
문화우물사업 3년차 창원 에코어울림센터. 사진은 진해웅천 두레박 생태교실에 참여한 아이들. /에코어울림센터

 

◇문화가 샘솟는 우물, 마을 문화공동체 살리기 = 문화우물사업은 지역 문화 역량을 키우고 지역문화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협력해 시작한 ‘문화이모작’ 사업 후속으로, 지역문화 진흥에 대한 경남도 의지를 표명한 경남의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이다.

2014년 첫해 13곳 지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01곳을 지원했다. 시군별로 살펴보면 창원 37곳을 비롯해 거창 24·남해 23·김해 22·창녕 20·진주 19·밀양 18·하동 18·산청 18·함양 18·합천 16·통영 13·사천 13·양산 12·함안 12·거제 10·의령 4·고성 4곳 등이 참여했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2020년 연구 용역 형태로 발간한 <경상남도 문화우물사업 7년 성과보고서>를 살펴보면, 두 가지 정도로 사업 성과를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문화우물사업은 경남의 생활문화공동체 형성을 이끌어 그동안 문화소외 의식이 팽배했던 농산어촌 지역에 문화민주주의 씨앗을 심고 육성하는 역할을 했다. 둘째, 그동안 관이 주도하던 문화사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주체 의식을 갖고 주민 스스로 마을공동체에 맞는 생활문화를 창조하고 생산하는 적극적 의식이 생겨났다.

◇절반으로 줄어든 예산, 공모사업 지원도 반 토막 = 문화우물사업은 양적 성과와 더불어 질적으로 사업을 발전시켜 왔지만, 최근 2년 동안은 예산이 줄어 공모사업 지원이 절반가량 줄었다. 2014년 도비 1억 원으로 출발한 문화우물사업은 2017에는 3억 원(도비 2억 원, 진흥원 1억 원)으로 예산이 3배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2억 7000만 원(도비 1억 원·진흥원 1억 7000만 원)으로 줄어든 예산이 올해는 1억 6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공모 형식으로 뽑아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이기에 전체 예산이 줄어들자, 선발하는 규모도 크게 줄었다. 2017년에는 도내 42곳 마을이 사업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26곳만 참여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마을(단체)별로 사업비가 500만~900만 원 정도 지원됐는데, 이전보다 지원 액수가 평균 15%가량 줄었다.

문화우물사업은 예비 단계를 거쳐 1년차·2년차·3년차 평가를 통해 계속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지만, 예산이 축소된 만큼 마을축제·마을역사탐방대·환경문화제를 펼치는 마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강헌 밀양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는 “3년간 문화우물사업에 참여했다. 생활문화공동체 중요성을 몸소 느꼈다”며 “액수는 여타 사업에 비해 작지만, 공동체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적 자산이자 앞으로 마을단위 사업의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되는 만큼 예산을 깎기보다 더 늘리는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년간 300곳 참여…농촌·도시 마을에 살어리랏다 = 지역 문화 공동체를 꽃피우고자 올해 진행 중인 문화우물사업 세 곳을 실제로 들여다봤다. 참여 마을 주민들이 ‘역사생태문화의 꽃밭을 피우는 웅천 두레박’, ‘위양지 사람과 자연을 잇다’, ‘대지포스트’라고 이름 붙인 사업이다. 세 곳은 올해 각각 3년차, 2년차, 1년차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우물사업 3년차 창원 에코어울림센터. 진해웅천 두레박 생태교실에 참여한 아이들. /에코어울림센터
문화우물사업 3년차 창원 에코어울림센터. 진해웅천 두레박 생태교실에 참여한 아이들. /에코어울림센터

 

‘역사생태문화의 꽃밭을 피우는 웅천 두레박’은 창원시 진해구 웅천 곰내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다. ‘에코어울림(林)센터’가 2020년부터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생태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웅천 어울림한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내달 22일에는 이들이 기획한 ‘웅천읍성 축제’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웅천 역사 문화를 주민들 이야기로 구성한 책자 <곰내이야기>를 해마다 발간하고 있으며 올 연말에 3번째 모음집이 세상에 나온다. 이상숙 사무국장은 “마을 특성상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온 주민들도 있지만 이주해 온 분들도 많다”며 “웅천의 역사를 함께 배우고 아이들과 함께 생태탐방을 하면서 전통·문화·생태 삼박자를 갖춘 활동을 재미나게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화우물사업 2년차 밀양 '위양지사람들'. 사진은 지난해 11월 개최한 환경문화제에서 참여 주민들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 /위양지사람들
문화우물사업 2년차 밀양 '위양지사람들'. 사진은 지난해 11월 개최한 환경문화제에서 참여 주민들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 /위양지사람들

‘위양지 사람과 자연을 잇다’ 사업은 밀양시 부북면 위양마을에서 하고 있다. ‘위양지사람들’이라는 단체명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마을생태 해설사를 양성하고 주민과 함께 생태길걷기 행사 등을 펼치고 있다. 홍창희 활동가는 “2014년 위양마을 뒷산으로 765㎸ 송전탑이 설치되면서 마을 내 분위기도 예전과 같지 않은 게 안타까워 마을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문화우물사업에 지원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광 명소로 널리 소문난 위양지에서 환경문화제를 개최해 관광객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주인이 되는 문화활동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지역 문화자원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우물사업 1년차 남해 '살er(살러)'. 살러는 남해 대지포 마을 주민들과 한달살이를 하러 온 청년들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로 문화우물사업을 펼친다. /살러
문화우물사업 1년차 남해 '살er(살러)'. 살러는 남해 대지포 마을 주민들과 한달살이를 하러 온 청년들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로 문화우물사업을 펼친다. /살러

‘대지포스트’ 사업은 촌생활을 자랑하고 즐기는 청년들과 더불어 사는 남해 삼동면 대지포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다. 문화우물사업을 신청한 단체명(‘살er(살러)’)도 독특하다. 살러는 ‘살러 온 사람, 살러 간 사람’에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살러에서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최성훈 씨는 서른 살이 되던 2016년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인 대지포마을로 귀향했다. 남해군 한달살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진흥원 문화우물사업에 지원해 도시청년과 마을주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 팀장은 “관계인구라는 말이 있는데, 집이 꼭 남해에 있지 않더라도 도시를 떠나 한달살이를 온 청년들이 대지포마을에서 지내면서 이곳에서 평생을 산 어르신들 집에서 하루 잠을 청하거나 같이 요리를 해서 먹거나 동네 담벼락에 영화를 틀어 놓고 함께 보는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이어 “마을에서 생겨난 소소한 이야기를 다양한 영상물로 제작하고 농촌살이 매력을 전파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자 놀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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