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환 감독 세 번째 민간인 학살 소재 작품
지역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서 주로 상영될 듯
"학살 사건 전말, 많은 이에게 알려지길"

한국전쟁 시기 충남 태안군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태안>이 오는 10월 6일 개봉한다. <레드툼>(2013), <해원>(2017)을 연출한 구자환(54) 감독의 세 번째 민간인 학살 소재 작품이다. 2020년 11월 제작 이후 한동안 극장에 걸리지 못하다가 연말 개봉이 확정됐다.

충남 태안군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태안> 속 한 장면. /레드무비
충남 태안군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태안 속 한 장면. /레드무비
영화 <태안>은 2020년 11월 제작 이후 한동안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올 연말에서야 개봉이 확정됐다. /레드무비

영화 <태안>은 1950년 7월 보도연맹 사건과 이후 발생한 인민군점령기 적대세력 사건, 그리고 1950년 10월 초부터 1951년 1.4후퇴 직전까지 일어난 경찰과 치안대 민간인 학살이 있던 때를 시기적 범위로 삼고 있다. <레드툼>과 <해원>이 각각 경남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전국 민간인 학살 역사를 다뤘다면, <태안>은 극단적 좌우 대립 속에 목숨을 잃은 태안지역에서의 참상을 담았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위원회 지원을 받아 제작된 <태안>은 강희권 태안군유족회 이사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피해 유족·목격자와 함께 학살 현장을 찾아 당시 상황을 듣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품에는 유족과 목격자 30여 명의 증언이 담겼다.

영화는 한국전쟁 시기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을 향한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불과 72년 전 국내에서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되는 동안 1950년 태안군에서는 민간인 1200여 명이 살해됐는데 태안지역 지역주민조차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어서다.

영화 <태안> 속 한 장면. /레드무비
영화 <태안> 속 한 장면. /레드무비

영화는 주로 지역별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나, 구체적인 상영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개봉일인 6일부터 16일까지는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안동, 광주, 전주, 부산, 울산, 창원 등 10개 도시에서 상영회가 잇따라 개최된다.

구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사실 상업성이나 대중성 있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 상영관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관객층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큰 기대감은 없지만, 어떻게든 민간인 학살을 알리기 위해 작업을 해온 만큼 많은 이들이 이를 알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경남 문화예술자원으로 충남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면서 “이를 알게 된 충남 쪽에서는 충남에서도 못하는 일을 경남에서 해줬다며 고마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태안> 속 한 장면. /레드무비

구 감독이 만든 민간인 학살 다큐멘터리 영화 세 편은 국가기록물로 지정됐다. 국가기록물은 기록원이 국가적으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민간 자료를 골라 영구 보존하는 자료를 뜻한다. 국가기록원은 구 감독 동의를 얻어 관련 영화 세 편을 모두 수집한 상태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으로 이관돼 영구 보존된다. 영화 후원은 텀블벅 누리집(bit.ly/3qaAiLG)에서 할 수 있다.

/최석환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