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활동 기획자들 모여 주민참여 프로그램으로 마련
돌산마을 10여 주민 참여…9월 17일 공연 위해 맹연습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낮 시간대엔 여전히 볕의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26일 오후 2시 진해구 여좌동 돌산마을을 찾았다. 이 돌산마을 주민들이 문화기획자들과 함께 악단을 만들어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여좌동 시티앤로컬협동조합 앞에 주차를 하고 돌산마을 공동홈으로 가는 길에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주민 한 분을 만났다. 혹시 돌산몽악단 단원인지 넌지시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그를 따라 3분 정도 오르막길을 걷다가 왼쪽 골목으로 접어드니 공동홈이 보인다. 새로 지은 건물이다.

진해 돌산몽악단 참여 주민들이 폐품 활용 타악기를 두드리며 민요 '옹헤야' 노래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진해 돌산몽악단 참여 주민들이 폐품 활용 타악기를 두드리며 민요 '옹헤야'를 부르고 있다./정현수 기자

◇덩 더더 쿵 덕 옹헤야 = 공동홈에 도착하니 주민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오늘은 ‘옹헤야’라는 민요를 배우는 시간인 모양이다. 2시가 되자 장구 장단을 연주하고자 스스로 만든 재활용 타악기 앞에 주민들이 자리를 잡는다.

교육을 맡은 김현정 연희그룹 가람 대표가 장구 기본 장단을 알려준다. “덩 더쿵 쿵더쿵 덩덩쿵더쿵 덩더더쿵더쿵~” 입장단에 따라 주민들도 타악기를 두드린다. 장구채는 붓대를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장단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장단이 제각각이다. 양손을 번갈아 가며 장구 장단을 맞춘다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결국, 김 강사는 ‘옹헤야’ 음에 맞는 쉬운 장단으로 바꿔 가르친다.

노래를 하며 장단을 맞추려니 그 또한 쉽지 않다. 젓가락 장단에 노래 한두 번쯤은 다들 불러봤음직도 하지만 정해진 장단에 따라 연주한다는 것은 또 다른 모양이다.

김현정 국악예술 강사가 민요 '옹헤야'의 장구 장단을 설명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김현정 국악예술 강사가 민요 '옹헤야'의 장구 장단을 설명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그렇게 반복하기를 한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연주자들의 호흡은 제대로 장단을 맞춰냈고 그 장단에 노래도 자연스레 나온다.

“오뉴월에 옹헤야/ 메추리란놈이 옹헤야/ 보리밭에 옹헤야/ 알을 낳네 옹헤야/ 에헤에헤 옹헤야~” ‘메추리란놈이’ 발음이 한 박자에 소화되지 않자 강사는 랩을 하듯 하라고 주문하고 ‘알을 낳네’는 경상도 사투리로 ‘내 아를 나아도’ 그거 아니냐며 좌중을 웃긴다.

쉬는 시간에 참여주민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민 박 모(76) 씨는 돌산몽악단에 들어온 것이 “누구 권유로 들어온 게 아니고 돌산 지구에 사니까 이런 정보가 있어 호기심도 생기고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오게 됐다”고 했다.

처음부터 참여했다는 이 모(70) 씨는 “마을에 이런 게 생겨 좋다”면서 “가르쳐 주는 대로 하다 보니까 이런 북(재활용 타악기)도 만들어보고 노래도 부르고 장구 소리도 내 보니까 재미있다”고 했다.

진해 돌산몽악단 참여 주민들이 지난 26일 김현정 강사를 따라 폐품 활용 타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진해 돌산몽악단 참여 주민들이 지난 26일 김현정 강사를 따라 폐품 활용 타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주민참여 프로그램 지속 지원이 관건 = 두 번째 연습 시간이 시작될 때 밖으로 나와 이 프로그램의 총괄을 맡은 강소영(49) 뮤직누리영음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음악 강사 활동을 하다가 생활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업을 조금씩 알게 되고 창원시문화도시센터에 위원으로도 참여하면서 진해권역을 맡게 되었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기획위원들과 참여 예술인들이 모여 미술, 공연, 기록 분야로 나눠 지역 어머니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음악 공연 분야는 폐품을 이용한 악기를 만들고 음악도 하고 춤도 추는 활동을 만들어보자 하여 돌산몽악단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돌산몽악단은 지난 7월 프로젝트가 기획되었고 참여자 모집을 통해 결성되었다. 7월 라인댄스를 시작으로 8월 한 달 동안은 타악기 제작과 음악활동으로 장단수업을 진행했다.

9월에는 돌산: 몽(夢)다리 축제에서 공연을 한다. 17일 오후 4시 돌산마을 고가다리 아래에서 펼쳐진다.

강 대표는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에서 다양하고도 새로운 문화 사업이 추진되어 방문객이 증가하고 마을공동체가 더욱 결속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어느 정도 교육 지원만 되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거고 정지원 박수진 선생님 같은 기획자가 해나가시는 걸 보니까 탄탄하게 잘해나가시는 것 같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자와 주민들이 호응하며 마을 단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옛날 강강수월래 등 놀이문화를 통해 마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동체를 굳건히 하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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