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나락·낮은 수익에 정책 소외까지
정부에 대책·농민기본법 제정 등 요구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 모두발언에 ‘농민’ 언급은 없었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면 지원하겠다는 포괄적 구상 속 ‘농업기술’이 겨우다.

18일 경남도청 앞, 뙤약볕에 익은 아스팔트 위로 경남 여성농민 여럿이 줄을 섰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에서 마련한 경남여성농민대회 참가자는 ‘삼중고’를 호소했다.

거창에서 자녀 4명을 키우며 남편과 함께 쌀 농사를 짓는 최외순(45) 씨는 들쑥날쑥하다 최근에는 아예 바닥을 친 쌀 농사 어려움을 전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상황은 왜 더 안 좋아지는지 답답합니다. 농업이 뭡니까. 집으로 따지면 곳간 아닙니까. 식구가 언제든 먹고 배고프지 않게 든든하게 채워야 할 곳입니다. 곳간을 점점 비우더니 이제는 열쇠마저도 남에게 맡기겠답니다. 식량 주권 말하면 뭐 합니까. 농민이, 국민이 바보입니까. 더는 기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역 장벽을 느슨하게, 아예 없애는 협정을 맺는 대가로 나락에 몰린 농업. 최 씨는 “일관성 있게 농업 포기 정책을 펴는 이들은 매국노인가 도둑놈인가” 되물었다.

“쌀을 빼고 식량 자급률이 5%도 안 된답니다. 든든히 식량 자급률을 지키는 쌀마저도 계속 학대합니다. 수익도 고무줄입니다. 직장인 연봉이 어느 해는 반 토막 났다가 어느 해는 회복하길 반복하면 견디겠습니까. 그러니 아무도 농촌에 안 살죠. 소득을 보전해주지 못하는데 농업 정책 펼치면 뭐합니까.”

창녕 여성농민 변은주(51) 씨는 뚝 떨어진 마늘값 대책도 없이, 물가를 잡는다며 애꿎은 농산물 값만 인질 삼는 정부를 비판했다. 변 씨는 30년 가까이 마늘 농사를 짓는다.

“작년에 4500평가량(약 1만 4800㎡) 마늘 농사를 지었거든요. 올해 마늘값 비싸다고 언론에서 하도 떠드는데, 돈 많이 벌었겠죠? 1억 원 벌었습니다.”

18일 경남도청 앞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경남여성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삼중고를 호소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18일 경남도청 앞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경남여성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삼중고를 호소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1억 원을 벌었다는 변 씨는 호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얼만지 낱낱이 설명했다.

“작년에도 마늘값이 비쌌는데 종자를 350망 썼거든요. 망당 10만 원만 쳐도 종잣값 3500만 원입니다. 수확할 때 인건비 1000만 원 가까이 듭디다. 농기계 썼으니 기름 값 들었겠죠? 요새 면세유도 비쌉니다. 이래저래 쓰고 남는 수익이 4500만~5000만 원, 남편과 내 연봉입니다.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1년에 둘이서 5000만 원을 못 법니다. 농사지어서 농민이 돈 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변 씨는 최근 경매에서 ㎏당 5000원에 마늘을 넘겼다. 소비자는 1만 원 넘는 돈에 산다. 그는 “돈은 누가 버느냐”고 물었다. 나아가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고 TRQ(저율 관세 할당물량) 명목으로 바다 건너 농산물을 들이고 책임은 농민에게 전가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농민이 죽든지 말든지 유통 구조는 개선하지 않습니다. 물가 오른 까닭은 전쟁 탓인데 농산물 값이 비싸서 물가가 뛴 것처럼 합니다. 배추가 요새 정말 비싼데, 이런 기후에 작물이 되겠습니까. 100개 수확할 것, 날씨 탓에 10~20개 수확하면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고성 여성농민 김명희(48) 씨는 여전히 열악한 여성농민 처지를 고했다. 그는 가욋일로 ‘언니네 텃밭’(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 실무를 본다.

“농사가 망해 수입이 없어도 농민을 보호하는 대책은 없고, 아이를 낳았다고 출산이나 육아휴직 수당은 하나도 없습니다. 언니네 텃밭 실무 인건비로 월 40만 원을 받습니다. 자부담으로 4대 보험을 들었습니다. 노동자로 인정받아 급여나 수당을 받으려고요.”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살기 어려워 가욋일을 하면 기껏 있는 정책에서 소외당한다. 4대 보험을 든 까닭에 김 씨는 여성농업인 공동경영주 제도 대상이 아니다. 대상이어도 지원은 언감생심.

이날 도내 여성농민은 윤 정부에 △농산물 값 대책 △농민기본법 제정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철회를 요구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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