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는 재벌 총수들이 뇌물 범죄로 유죄를 받고 이후 대통령 사면을 받은 오랜 역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한국 일부 언론은 이 부회장 복권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기사를 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별복권에…6만전자 회복(뉴시스)

<뉴시스>는 삼성전자가 장중 6만전자를 회복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특별사면이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썼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주가 분석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주가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다만 언론이 '6만전자 회복'이라고 할 만큼 '6만 원'이 상징성이 있는지 따져본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7월 15일부터 8월 9일까지 6만 원대 주가를 유지했습니다. 게다가 이 부회장 복권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8일 주가는 1.14% 하락했고 9일과 10일에도 각각 1.32%, 1.50% 하락했습니다. 그러면 이재용 부회장 특별 사면이 악영향을 끼친 걸까요? 그렇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주력 업종인 반도체는 경기 순환 산업 특성상 세계 수급 현황과 전망 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외국인에게 한국 주식 매력도가 떨어져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오면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8월 12일 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별복권에...6만전자 회복' 기사 본문. 한국 주식은 오전 1시 58분에 열려 있지 않다. /갈무리

사면 발표 당일 주가 차트를 봐도 영향은 미미합니다. 1분봉 차트를 보면 오전 11시 10분 사면 발표 기사가 나온 이후 11시 17분까지 6만 600원까지 일시적으로 상승하지만 이후 오후 3시 30분까지는 상승분을 반납하는 모양새였습니다. 결국 전날 5만 9900원 대비 0.5% 상승한 6만 2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날 오히려 개인, 외국인, 기관은 모두 순매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2월 17일 주가는 어땠을까요? 전일 대비 0.42% 소폭 하락했습니다. 당시 특검은 4일 전인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1.00% 하락했지만 이후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전날과 구속된 17일 주가를 비교하면 불과 0.26%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17일부터 그해 최고점 11월 1일까지 51.92% 상승했고 연말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까지 34.60% 상승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날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연말에 팔았으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셈입니다. 

2021년 8월 9일은 이 부회장 가석방이 결정된 날입니다. 다음 날인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1.60% 하락했습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한 13일에는 3.38% 하락해 당시 기준으로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1월 최고점 대비 23% 하락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이 부회장 구속을 동력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고 해석하지 않듯이, 이 부회장 복권 덕에 주가가 상승했다는 풀이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수많은 원인 중 '이재용 복권'을 콕 짚어내는 언론의 세심함이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닐지요.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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