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청소년핸드볼 선수권 정상
우승 주역 경남체고 안혜인·오예나
속도감 있는 한국 핸드볼로 유럽 매료

“언젠가는 ‘리틀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넘어 진짜 우생순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경남체육고등학교 안혜인)

한국 18세 이하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자 청소년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8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2014년 20세 이하 세계선수권에 이어 8년 만의 국제대회 우승이다. 이 가운데 경남체고 3학년 안혜인, 오예나도 제 몫을 해내며 대표팀 우승에 기여했다. 안혜인은 “이번 대회로 세계무대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짧은 훈련 기간에도 서로 집중하고 똘똘 뭉쳐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경남체고 핵심 듀오 = 안혜인, 오예나는 경남체고 핵심 선수다. 올해 경남체고는 두 선수 활약에 힘입어 전국대회에서 두 차례 3위에 올랐다. 피벗으로 뛰는 안혜인은 팀 공격 작업을 원활하게 만드는 버팀목이다. 피벗은 중간에서 몸싸움으로 수비를 막아주고 본인에게 기회가 왔을 때는 직접 해결하는 포지션이다. 강한 체력과 넓은 시야를 요구하는 이 위치에서 안혜인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 경기 외적으로는 팀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이끄는 역할도 한다. 최승철 경남체고 감독은 “(안)혜인이는 주장으로서 리더십도 있고 지도자 의중을 빠르게 이해한다”며 “친구·후배들과 관계도 좋아 팀을 잘 끌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예나는 센터백으로 경기를 관장하는 역할을 한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경기를 조율하고 풀어나가는 역할이기에 그만큼 팀 핵심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최 감독은 “(오)예나는 체격 조건이 좋고 시야가 굉장히 넓다”며 “슛 능력과 어깨 힘도 좋아 주 득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6일 경남체고 체육관에서 안혜인(왼쪽)과 오예나가 사진을 찍고 있다. /이원재 기자
16일 경남체고 체육관에서 안혜인(왼쪽)과 오예나가 사진을 찍고 있다. /이원재 기자

◇예선 통과 목표에서 우승까지 = 한국 대표팀은 애초 예선 통과를 이번 대회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잇달아 유럽 강호를 잡아내며 자신감이 붙었고, 예선을 넘어 정상에 올랐다. 특히 끈끈한 조직력과 속도를 앞세운 한국 핸드볼이 주효했다. 오예나는 “예선에서 만나는 팀들이 강팀이어서 예선 통과부터 생각했다”며 “외국 선수들이 체격 조건이 좋아 속도와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 게 잘 맞아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 선수들은 사전에 공격을 차단하는 수비와 빠른 공격 전환에 고전하며 한국에 무릎 꿇었다.

안혜인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준결승 헝가리전을 꼽았다. 그는 “헝가리전에 이겨야 결승에 뛸 수 있는 거니까 모두가 간절했다”며 “헝가리가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도 많이 거둔 팀이어서 더 값지게 느껴졌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 같이 울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오예나는 결승전을 떠올리며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결승전 상대 덴마크에 전반전을 15-15로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2골 차이로 뒤지며 끌려갔다. 그러나 대표팀은 기가 죽기보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오예나는 “질 거라는 생각보다 더 악착같이 뛰어서 다시 역전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유럽을 매료시킨 한국 핸드볼 = 이번 대회 돌풍으로 한국 대표팀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안혜인은 “귀국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관심이 쏟아질 줄 몰랐는데 많은 분이 축하해줘서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오예나는 “공항에 기자와 팬들이 많이 나와있어 깜짝 놀랐다”며 “팬들이 손 편지와 꽃을 전해줘서 기뻤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유럽에서도 뜨거웠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 경기 중에는 유럽 팬들이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를 외치며 박수 응원을 보냈다.

오예나는 “상대 선수들과 경기장 나가서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친해진 것 같다”며 “한국에 진 팀도 경기장에 와서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안혜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응원도 하고 먼저 사진도 찍자고 해서 신기했다”며 “한국과 유럽이 경기 스타일이 달라서 속도감 있는 한국 핸드볼에 매료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다른 종목에 비해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다”라며 “핸드볼이 조금 더 친근하게 팬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알렸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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