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부모·교직원 단체 반발
발달 과정·교육환경 무시 지적
국힘 도당 앞 1인 시위 계획도

정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을 발표하자 학부모·교육단체 등이 우려와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원 단체는 조기 입학이 유아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진숙 교육희망연대경남학부모회 대표는 1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학제 개편은 예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 발표는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어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의문이 있고, 학부모 처지에서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2일부터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1년 앞당기는 방안을 발표한 것에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입학 연령을 3개월씩 앞당겨 2029년에는 모든 만 5세 유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전교조는 학제 개편 추진이 학교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교조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또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초등생은 40분씩 책상에 앉아 집중해야 하는데, 발달 정도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유아에게는 폭력이며 학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아는 충분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달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고 국가와 사회는 그 시간을 보장해야 하는데, 놀이할 수 있는 '1년'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고 했다.

이날 경상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개편> 보고서를 인용해 만 5세 입학이 국제적 추세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 33개국 중 19개국이 만 6세에 입학하며, 4세는 1개국, 5세는 6개국, 7세가 8개국이라고 했다.

교총은 "학제 개편은 특정 시점에 학생이 2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교사 수급, 교실 확충 같은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또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 발생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어 역대 정부에서도 무산된 적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사노동조합연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생활협동조합, 장애영유아보육·교육정상화추진연대,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전국유아특수교사연합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한국영유아교원교육학회, 한국유아교육학회, 한국전문대학교유아교육과교수협의회 등 여러 단체도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 5세 취학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입시 경쟁과 사교육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지금 우리 영유아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놀이가 보장되는 질 높은 보육·교육"이라고 했다.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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