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서성동 공존치유 공공예술 프로젝트
폐쇄된 성매매집결지서 석 달간 문화행사
신미란·신희경 씨 등 예술인 10여 명 참여
주민과 소통·예술 활동으로 재탄생 '시동'

"1905년 형성된 성매매 집결지가 117년 장소와 주체를 외면하고 기억에서 지워버린다고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지 않습니다. 장소 변화와 시민활동, 지역민 목소리에 주목해 서로를 보듬고 공존·치유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펼쳐집니다."

허물어진 성매매 장소, 공간은 눈 앞에서 사라졌지만 그곳의 기억은 외면할 수가 없다. 창원시 서성동에서 '공존과 치유'를 주제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신미란(51) 작가를 지난 25일 만났다.

프로젝트는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이하 문화도시센터)가 추진하는 '동네문제해결사: 우리집 담장너머에는 예술가가 있다' 사업 중 하나다. 창원시는 지난해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서 열린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공공예술 프로젝트 첫 탐방에서 참가자가 화초 놓기를 하고 있다.  /신미란 작가
▲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서 열린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공공예술 프로젝트 첫 탐방에서 참가자가 화초 놓기를 하고 있다. /신미란 작가

지난 16일 현장탐방을 시작으로 문화도시센터 사업 지원으로 예술가를 주축으로 마을주민·지역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해 공동체 중심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신미란·신희경 공동 기획자를 비롯해 지역 예술가 10여 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은 7~9월 약 3개월 동안 진행된다.

▲ 지난 16일 열린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공공예술 프로젝트 첫 탐방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신미란 작가
▲ 지난 16일 열린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공공예술 프로젝트 첫 탐방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신미란 작가

신 작가는 "1905년 일제강점기 이후 100년이 지난 현재 도심에서 고립된 섬과 같은 곳으로 존재하고 있는 곳이 성매매 집결지였던 서성동이다"며 "폐쇄 절차를 밟아 사라졌고 터만 남은 상태의 낯선 이 장소에 한발 다가서는 마중물이 되고자 예술가 시각에서 다양한 주체와 타자가 교차하는 문화예술활동을 만들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창원시가 서성동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해 2024년 착공을 하면서 그 사이 공백을 예술인들이 채워나가는 셈이다.

신 작가는 "우정집이라는 곳이 가장 큰 규모였는데 지난해 12월 철거 작업을 끝냈다"며 "물건들을 보관하려고 접근했으나 어려웠고 창문을 모아 일부 전시 작품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 25일 창원 반지동 작업실에서 만난 신미란 작가. /박정연 기자
▲ 25일 창원 반지동 작업실에서 만난 신미란 작가. /박정연 기자

첫 탐방 날에는 화초를 준비해 참가자들이 빈터를 걸으며 놓고 싶은 곳에 놓도록 하고, 손수건에 각자 나무와 꽃을 그리며 서성동을 기억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주민과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의 의미가 남달랐다. '신포동'이라 불리며 지내온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고, 살고 있는 곳이지만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 지난 16일 열린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공공예술 프로젝트 첫 탐방 참가자들이 손수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미란 작가
▲ 지난 16일 열린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공공예술 프로젝트 첫 탐방 참가자들이 손수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미란 작가

신 작가는 "지난 16일 첫 탐방이 있던 날 관리소에서 주민들 대상으로 안내 방송도 해주시고, 마을에서 예술활동을 한다는 소식에 반겨주셨다"며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굴에 옅은 미소가 보였다"고 말했다.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프로젝트는 3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8월 17·20일 벽화 그리기, 9월 17일 예술 퍼포먼스, 9월 28일 독립영화 상영을 한다.

이번 공공예술 프로젝트에는 마산YWCA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기획썰방-서성동 인권 피움 등이 함께한다.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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