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계 장기대책 마련해야"
생산 비용 상승에 농민들 한숨
정권 따라서 바뀌는 정책 지적
CPTPP 앞두고 시름 더 깊어져

쌀 농사 38년, 정연정(59·사진) 사단법인 한국쌀전업농경상남도연합회장은 나락이라고 말했다. 벼 나락이 아니라, 절망이라는 뜻이다.

"기름부터 비료, 농약 원료 모두 수입하니까 단가가 전부 올랐습니다. 쌀값만 떨어집디다."

쌀 농가가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 산지 쌀값 조사에서 20㎏ 기준 지난해 7월 5만 5880원이던 쌀값은 이달 4만 4851원을 기록했다.

쌀 소비량이 줄어서일까.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 1963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105.5㎏에서 절반가량 준 셈이다.

준 소비량에 맞춰 생산량을 줄여야 맞을까. 쌀 가치는 단순하지 않다. 쌀이라는 뿌리가 흔들리면 다른 품목까지 무너질지 모른다. 쉽게 재단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쌀값이 떨어졌어도 비용이 덜 들면 그나마 나으련만, 사천시 정동면에서 쌀 농사를 짓는 정 회장은 모든 비용이 38년 전보다 "어마어마하게" 올랐다고 말했다.

농가구입가격지수는 농업 경영체 가계·경영에 드는 421개 품목 가격지수다. 2015년 지수를 100으로, 통계청 농가판매·구입가격조사에서 올 2분기 총지수는 124.8을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 총지수는 110.0이었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지수는 역시 재료비였다.

땅값마저 올랐단다. "순수익이 1억 원이라 쳐도 땅조차 못 삽니다." 농사는 면적 싸움이다. 쌀값이 다시 오른다 쳐도 농민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난 셈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정 회장은 대통령 임기가 몇 년이냐고 되물었다. 5년이라고 답했더니 "10년 대계를 짜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고 농업은 자꾸 홀대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풀고자 2018~2020년 논 타 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펼쳤지만, 한시적 시행에 그쳤다.

"정책을 따른 이들은 망했고, 원래대로 농사지은 이들은 버텼다. 쌀 농사는 대부분 기계화했지만 다른 작물은 아니다. 농업기술센터에 임대 기계가 있다지만, 수확기가 같은 농업 특성상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란다. 밀어붙이는 정책은 이제 멈춰야 맞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거대 FTA까지 부상하면서 주름이 더 늘었다. 정부에서 가입을 추진하는 CPTPP 목표는 여러 분야 제품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데 있다. 농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농민 수가 줄어 목소리도 잘 안 들리는 모양새다. 최소한 먹고살 정도는 지켜줘야 맞지 않나."

평생 농사가 천직인 농민이 갑자기 손을 놓고 다른 일을 할 형편이 될까. 정 회장은 "쌀값은 앞으로도 자꾸 요동칠 것"이라며 장기 정책이나 대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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