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장애인 78명 참가한 대회
최종 라운드 펠리스 꺾고 우승
"자폐 인식 변화 계기 됐으면"

자폐성 발달장애를 지니고도 프로 골프 선수로 활약하는 이승민(25)이 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승민은 20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리조트 6번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펠리스 노르만(스웨덴)을 연장전 끝에 물리치고 우승했다.

노르만도 발달장애인이다.

이승민은 최종 3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3타를 줄인 노르만과 최종 합계 3언더파 213타로 연장전을 벌였다.

17, 18번 홀 2개 홀 합산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이승민은 버디-파를 적어내 파-보기를 한 노르만을 2타 차로 제쳤다.

이승민이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안양 신성고 재학 때 전국체전 단체전 이후 두 번째다. 개인전 우승은 처음이다.

특히 미국골프협회(USGA)가 이번에 창설한 첫 번째 장애인 US오픈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이승민은 "기쁘다. 꿈을 꾸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USGA 첫 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든 이승민.  /연합뉴스
▲ USGA 첫 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든 이승민. /연합뉴스

이승민은 페어웨이가 좁은 코스에 대비해 최근 집중적으로 드라이버 샷을 잡았던 게 우승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이승민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3라운드 내내 언더파 스코어를 냈다.

올해 처음 열린 장애인 US오픈 남자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장애인 골퍼 78명이 참가했다.

이날 우승 기자회견에서 이승민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여섯 번이나 되뇌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이승민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박지애(56) 씨는 "프로 대회에 여러 차례 초청해줘서 큰 무대에서 날씨, 어려운 코스, 상황들을 경험하며 많이 성장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큰 대회에서도 흔들림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초청해주신 관계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성 장애인에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실제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분이 승민이를 보면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3일 귀국하는 이승민은 KPGA 스릭슨투어 예선에 계속 도전하고 정규투어 대회도 초청이 오면 언제든지 출전하겠다는 각오다. 또 가을에 치르는 KPGA코리안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와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등 뛸 수 있는 무대는 다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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