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비자 - 주간 나쁜 뉴스 3

정체 모를 신조어 무분별 사용
검증 없는 자극적 보도 난무해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더블링, 너는 대체 누구냐? = 며칠 새 언론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더블링(doubling)입니다. 뉴스분석 누리집 빅카인즈에서 최근 일주일간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제목 혹은 본문에 '더블링'이 들어간 기사를 검색하니 563건이 나옵니다.

△신규 확진자 두 달 만에 4만 명대로 급증…더블링 현상 '뚜렷'(7월 14일 한국경제)

△코로나19 신규 확진 3만 9,196명…전주보다 2배↑(14일 KBS)

어떤 제목이 더 이해하기 쉽습니까? 한국경제 기사 제목은 본문을 읽어봐야 이해가 되겠군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세를 띠지요. 14일 0시 기준 전국 추가 확진자가 3만 9196명 발생했습니다. 1주 전 목요일 1만 8504명과 견주면 2.12배 많습니다. 언론은 이처럼 확진자 수가 두 배 늘어난 상황을 '더블링'이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정작 영미권 언론에서는 'doubling'이라는 단어를 코로나19 통계 기사에서 거의 쓰지 않습니다.

◇사실 확인보다 중요한 단독? = 머니투데이가 살인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가 "부인을 성폭행해서 살해했다"라고 진술한 것을 사실 확인 없이 본문에 인용하고 제목에도 썼습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사실관계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독]"부인 성폭행해" 동료 흉기로 살해 후 자수한 공무원(12일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을 보면 '동료 흉기로 살해 후 자수한 공무원' 정도만 써도 무방합니다. "부인 성폭행해"는 현행범이 일방적으로 진술한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따옴표 속 말은 기정사실로 읽힐 만하지 않습니까? 고인이 된 피해자는 성폭행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알고 보니 현행범이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채 한 진술을 머니투데이가 성급하게 받아쓴 것입니다. 머니투데이가 이러한 오보성 기사를 내놓고 할 수 있는 변명을 상상해봅니다.

'동료 공무원이 성폭행을 시도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현행범이 "성폭행해서 살해했다"라고 주장한 것 자체는 사실이지 않으냐.'

◇황당한 기사, 읽어보면 더 황당 = 축의금 액수에 따라 식사를 차등 대접하는 결혼식이 있다고 하네요.

△"축의금 32만 원은 치킨, 65만 원은 스테이크"…어느 결혼식 안내문(13일 서울신문)

읽어보면 황당하게도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미국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가 인용해서 보도했고, 한국의 <서울신문>이 이를 다시 인용했습니다. 미국→영국→한국 순으로 전파된 3국 합작 기사인 셈입니다. <서울신문>은 이 기사로 독자 몇 명을 낚았을까요? 궁금하네요.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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