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대화 교수 마산Y 아침논단서
유럽 내 정치력 부재 꼬집어
"한국, 우크라 인도적 지원을"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있었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을 수 있었을까.

12일 열린 마산YMCA 제95회 아침논단에서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배대화 경남대 명예교수는 "메르켈이 유럽에서 맡아 온 역할을 되돌아 봤을 때 그가 있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메르켈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을 설득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훈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등 속도 조절을 하면서 적어도 러시아에 전쟁 빌미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 교수는 일본 동경대에서 러시아 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경남대에서 29년 동안 러시아 문학과 국문학을 강의하는 등 러시아 관련 권위자다.

이날 강연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 기원과 간략사'를 주제로 두 나라의 역사를 짚고 전쟁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뿌리를 설명하면서 두 나라를 형제의 나라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데 사실상 맞지 않는 말"이라며 "1500~2000년 전에는 형제일지 모르지만 그 이후로는 언어·문화 등이 다르므로 같은 나라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관련해 배 교수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우크라이나가 먼저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에너지·밀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면서 "겨울이 오면 물가 상승이 더 가팔라질 텐데 유럽 지도자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 마산YMCA 제95회 아침논단 강연자 배대화 경남대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박신 기자
▲ 마산YMCA 제95회 아침논단 강연자 배대화 경남대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박신 기자

그는 전쟁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 교수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돕기는 어렵다"며 "대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물밑에서 조용히 이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이번 전쟁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 사실을 따져 봤을 때 지나친 민족주의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며 "한국도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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