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재료비 전기비 20% 상승
농산물값은 제자리이거나 하락
농민단체, 도에 특별 대책 촉구

생산비가 크게 오르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농업 경영체 가계·경영에 드는 421개 품목 가격지수인 '농가구입가격지수'. 통계청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에서 올 1분기 지수는 120.2(2015년 지수 100)를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11.2%, 앞선 분기보다 5.7% 올랐다.

지수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비용은 단연 재료비다. 지난해 1분기 지수보다 32.3%, 앞선 분기보다 19.2% 올랐다. 특히 재료비 하나인 비료비는 지난해 1분기 지수보다 149.4%, 앞선 분기보다 120.7% 올랐다.

가뜩이나 농축산물값은 날로 내려가고, 일손은 없는데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난 탓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한계치라는 말이 주저 없이 나온다.

이달 첫째 주 경남 평균 면세유 가격은 경유 기준으로 리터(ℓ)당 1663.7원. 지난해 7월보다 98.2%, 올 1월보다도 70.4% 올랐다. 경유뿐만 아니라 올 2월 기준으로 모든 면세유종이 크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도내 면세유 판매주유소 월평균 가격 자료에서 지난해 1월 휘발유·경유·등유 각각 리터당 655.7원·688.0원·681.6원이던 기름 값은 올 1월 각각 955.2원·976.4원·939.3원까지 올랐다. 올 2월 경유값이 1000원을 처음 넘어서더니, 3월은 모두 1000원대로 들어섰다. 지난달 휘발유·경유·등유는 각각 리터당 1449.5원·1576.7원·1382.7원을 찍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25년 전 농사를 시작했는데 당시 경유값은 리터당 550원, 하루 일당은 3만~4만 원가량이었다"며 "기름값이 치솟은 지금은 일당도 15만~16만 원에 마늘이나 양파 수확지는 20만 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농업과 맞닿은 모든 비용이 크게 올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농산물 값은 그대로이거나 떨어진다는 점이다. 가령 쌀값은 최근 45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조 의장은 정부 물가 관리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덩이 1만 원이던 수박은 지금도 1만 원대인데, 물량이 부족해서 1만 5000원까지 오르면 정부는 세상이 뒤집히는 것처럼 물가를 잡으려 한다"며 "지난해 달걀값이 크게 오르자 외국산 달걀을 수입하더니 결국 1000억 원 이상 손해를 냈고 다 팔지 못한 달걀 7억 5000만 원어치를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 경상남도농민단체협의회가 11일 오전 경남도청 앞 현관에서 생산비 폭등으로 고통받는 농축산업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
▲ 경상남도농민단체협의회가 11일 오전 경남도청 앞 현관에서 생산비 폭등으로 고통받는 농축산업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

사정이 갈수록 녹록지 않자 도내 농민단체는 박완수 도정에 빠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11일 경상남도농민단체협의회는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 대책을 촉구했다.

도 농정국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이달 도의회가 추경안을 받아들이면 비료비 차액은 소급 지원할 예정"이라며 "유류비 지원 예산은 올 하반기 차기 추경안에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까지 추진하는 마당이라 농민 걱정은 쉬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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