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학회 학술세미나 개최
ABC제도 대체한 대안 고민
사업 규제 개선·다각화 강조
미디어 이용권 도입도 제안

구독자가 많을수록 종이신문의 미래는 밝은 걸까. 발행 부수만으로 신문사의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걸까. 신문업계의 난제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진해 이순신 리더십 국제센터에서 한국지역언론학회 주최로 여름철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ABC 제도의 폐지와 미디어 영향력 및 사회적 책임 지표 연구'가 논의됐다.

ABC(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Audit Bureau of Circulation) 제도 종이신문 구독률로 광고 집행 액수를 산출해왔다. 그러나 신뢰성을 놓고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정부가 ABC 제도 활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찬행 청운대 교수는 "ABC 제도가 잘 운영되면 문제가 없지만, 부수를 부풀린다거나 인증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광고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을 안 하는 등 제도 운영에서 여러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고 짚었다.

ABC 제도를 놓고 벌어진 토론에서 종이신문 영향력 판단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광고 배정에는 ABC 제도로 집계되는 종이신문 구독률이 근거가 되고 있다.

게다가 지역신문법 지원 대상에 ABC협회 가입 의무 규정이 남아있어서 지역 언론은 ABC 제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 8일 이순신 리더십 국제센터에서 진해 여름철 학술세미나가 열리고 있다.<br /><br />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 8일 이순신 리더십 국제센터에서 진해 여름철 학술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윤희각 부산외대 교수는 "지역 언론사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게끔 사업 다각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지방 정부 재량이 늘어나면서 지역 언론사광고 집행이 로비 활용 창구가 될 수 있으며, 지역 언론이 지방 정부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국민 세금을 신문사에 지원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신문 구독을 지원하는 등 프랑스가 다양한 미디어 바우처(이용권) 제도로 종이신문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역격차, 노인 빈곤 등 주제별로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고, 지역 언론사 콘텐츠 혁신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종이신문을 광고로 지원하는 건 오히려 지역 언론의 혁신을 가로막는 걸지도 모른다"며 "지역 언론의 지속가능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역언론학회는 이번 학술세미나에서 △탄소중립과 언론보도 연구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시대 지역방송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광역자치단체 미디어리터러시(매체 이해력) 조례와 지역 미디어 △자유공모세션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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