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비평 자신있게 - 기업 대변하는 〈조선일보〉

대우조선 상대로 한 농성
사측 피해 강조 '무법' 매도
노조 입장·부당 처우 외면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이번 주는 김연수 기자입니다.

 

조선일보가 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에서 벌이는 농성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극소수 노동자가 건조 중인 선박이 진수하는 것을 '막무가내'로 막아서 원청 매출 손실이 막대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가 그동안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는 기사에 담지 않았습니다.

△협력업체 120여 명 불법점거에 세계최대 독 마비(7월 2일 조선일보)

기사는 비판 대상인 노동자 말은 한마디도 옮겨 쓰지 않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측 관계자와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 말만 직접 인용했습니다. 기사 형식상 기업만을 대변하는 셈입니다. 노동자 투쟁을 '막무가내', '무법천지'라고 썼으면 최소한 반론권은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균형을 잃은 기사는 독자가 스스로 원청과 하청, 노동자 쪽 입장을 각각 생각해볼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근로자 99%가 임금협상을 끝냈는데 단 7명이 농성을 벌인다는 식으로 정리한 조선일보 서술은 단 113자(字)입니다. 이른바 3D업종으로 꼽히는 조선,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을 도맡는 하청노동자들이 해고당하거나 임금이 삭감된 채 일한 사실은 말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하청노동자 현실을 모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기자가 쓴 또 다른 기사가 있습니다. 전남 영암 대불산단 조선소를 다녀온 후 쓴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장기 불황을 겪었던 한국 조선이 최근 대형 수주가 잇따르고 있지만, 몰려오는 일감을 소화해야 할 현장의 조선 업체들은 인력난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3D(dirty·difficult·dangerous) 기피와 긴 불황 탓에 건설 등 다른 분야로 이직한 근로자들이 조선 현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닙니다. 국내 조선소 인력이 2014년 말 20만 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 2687명으로 감소했다는 통계도 살뜰하게 챙겼습니다. 그런데 왜 정작 '임금 회복'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비판하는 기사에는 이런 정보를 뺐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조선일보 노조가 발행한 <조선 노보>를 봤습니다. 기름값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조합원, 해외 휴가는커녕 국내 여행도 포기했다는 조합원, 통장을 보면 자괴감을 느낀다는 조합원 등 다양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더군요. 기사에도 간절한 노동자 호소를 다만 한마디라도 넣었다면, 좀 더 풍성한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 참고로 '사람인' 누리집에 공개된 2020년 기준 조선일보 평균연봉은 6799만 원입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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