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탓 자국에 못 돌아간 6명
로봇랜드 여름 축제 무대 올라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전쟁 중인 고향을 떠나 한국에 있다 보니 늘 미안하고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당장 돌아간다고 해도 일할 곳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한국에서 공연하며 가족을 돕는 게 최선이다. 전쟁이 빨리 끝나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공연단이 경남마산로봇랜드를 찾았다.

마산로봇랜드는 2일 시작한 '워터풀 썸머페스티벌'에 우크라이나 공연단을 초청해 관람객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일상회복을 맞아 마산로봇랜드가 준비한 여름 축제다.공연단은 코로나19 이후로 여행을 못 간 관객들을 위해 짧지만 잠깐만이라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끔 함께 뛰놀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 여름 축제 주인공은 단연 우크라이나 공연단이다. 6명 모두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공연단은 신나는 음악에 춤을 추며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마산로봇랜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공연단 가운데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우크라이나 공연단을 섭외했다. 이번 기획에는 4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평화 메시지를 담은 공연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 우크라이나 공연단이 마산로봇랜드 여름 축제 첫날인 지난 2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박신 기자
▲ 우크라이나 공연단이 마산로봇랜드 여름 축제 첫날인 지난 2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박신 기자

첫 공연일인 2일 마산로봇랜드를 찾아 공연 내용과 함께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전쟁 트라우마 등으로 고통받는 단원들을 고려해 단원 1명과 익명으로 짧게 진행했다.

2020년 1월에 한국에 온 ㄱ(26) 씨는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부터 댄스팀에 속해 있었다. 한국에 온 이후에는 각종 테마파크 축제에 참여해 공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ㄱ 씨는 "한국 노래, 드라마, 영화 등 예전부터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금방 적응했다"며 "창원은 처음 와보는데 서울과 달리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해서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과 내용을 설명하면서 신나는 춤에 이야기를 가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무대지만 단순히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여는 무대부터 마무리까지 이야기를 넣어 구성했다. 무대 큰 틀은 단원들이 승무원이 돼 관객들을 태우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으로 짰다. 한마디로 관객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쟁과 관련한 질문에 ㄱ 씨는 표정이 굳으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 주변 지인들과도 전쟁 관련 이야기는 일절 나누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지 못하는 ㄱ 씨는 가족이 제일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어머니와 동생 1명이 있는데 다행히 안전하다고 한다"며 "영상통화도 하고 안부도 자주 묻는데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우크라이나로 바로 가는 항공편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나라를 몇 번이나 거쳐서 가야 한다"며 "간다고 해도 현지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급여가 줄어들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용원 마산로봇랜드 본부장은 "공연 한 장면처럼 우크라이나에도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축제를 준비했다"며 "많은 이들이 마산로봇랜드를 찾아 축제를 즐기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함께 빌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산로봇랜드에서 진행하는 '워터풀 썸머페스티벌'은 8월 21일까지 열린다.

우크라이나 공연단의 무대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1시, 4시에 로봇랜드 야외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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