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북한 비핵화·후 경제 지원 천명
냉전 도래하면 지방정부 교류 중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이 지났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도 윤곽이 드러났다. 대통령 취임사와 5월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5월 16일 권영세 통일부장관 취임사 등을 조합하면 대북정책 향방을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무엇이고, 지방정부 경남의 협치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진단해 보고자 한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남북 문제와 관련된 것은 '북한 비핵화 추진',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 준비',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 등 3가지이다. 총 3쪽에 달하는 대북·통일 관련 국정과제들은 향후 통일부 등 정부부처를 통해 투영·실행하는 과정, 남북관계 변동 및 대응과정, 외교정책 등 타 부처와의 정책 결정 조율 등의 요인에 의해 부분적으로 수정될 수는 있겠으나, 윤석열 정부는 "실용주의·상호주의·인도주의 원칙"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북한에 대해 선제적·일방적 지원은 자제하되 방역 협력 등 인도주의적 문제와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교류는 추진하는 실용적 접근이 예상된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추구했던 비핵·평화의 동시병행 프로세스와는 달리 북한이 먼저 비핵화 노력과 진전을 보여줄 때 포괄적인 경제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상호주의적 접근이 전망된다. 셋째,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고 인도적 대북지원은 지속하는 인도주의 연계 접근법을 추구할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과 유사한 '선 북한 비핵화, 후 경제 지원' 입장을 천명하였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을 대북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과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정부의 경제중심적 접근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곧 다가올 북한의 7차 핵실험, 미·중의 패권 전략 간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일련의 위기 요인들은 정부가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 지켜볼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또다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사회경제 안정성을 약화시켰던 '냉전의 추억'을 소환하지 않으려면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국민 모두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정부 차원의 남북 대화와 협력이 단절될 경우 과거 사례처럼 지방정부와 민간단체 등 비정부 행위자의 남북교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새로 출범하는 경남도정은 정부의 대북정책과 연계해 △대북제재 여건에서도 실행할 수 있는 보건의료·사회문화·체육·콘텐츠 분야 등의 남북교류협력 정책 발굴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관계 급진전에 대비해 경남의 특장점을 활용한 남북경협·농업협동화 정책 준비 △정부의 '지역별 통일거점 설치' 정책과 연계해 지역의 '종합 통일서비스 거점' 조성과 같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변치 않을 것 같았던 세계화와 국제 분업의 시대가 저물고 과거 동서 진영 간 냉전의 시대처럼 회귀할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위기와 불확실성의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정언 명령처럼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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