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문화재단 기획 프로그램
창동·이선관 시인 추억 등 공유
책 출간·작품 전시·뮤지컬 제작

17일 오전 마산합포구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에서 13인의 중·노년이 모여 이선관 시인의 시를 돌아가며 읽고 있었다. 이들은 창원문화재단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한 부문인 창동 이야기와 창동을 대표하는 시인 이선관의 작품세계를 소재로 책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는 창원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발굴해 명품화하고자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책도 만들고 시각작품 전시, 창작뮤지컬까지 제작하는 작업이다.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이라는 주제로 책만들기 부문에 참여하는 이들은 프로젝트 팀으로 3개월 동안 '창동허새비' 이선관 시인의 삶과 작품,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이선관 시인에 관한 추억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문학수업과 진행은 윤은주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이 맡았다.

윤 관장은 이날 이상용 극단 마산 대표가 쓴 <창동야화> 1편에 나온 이선관 시인을 소개한 글을 먼저 읽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글을 읽으며 몇몇은 이선관 시인의 살아생전 모습을 추억하기도 했다.

이광자(71) 씨는 "이선관 쌤이 추산동 철길 옆에 살고 계실 때 김치가 먹고 싶다고 하셔서, 조금만 달라고 하시면서 남한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친정에서 호박을 갖고 와서 호박죽을 끓여 선생님 생각이 나 조금 갖다드렸더니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호박을 어떻게 알았느냐며 좋아하셨어요."

이날 문학수업에는 장순향 진해문화센터 본부장도 참석했다. 그는 현재 3.15아트센터 본부장도 겸하고 있는데, 본부장이라는 자격이 아니라 이선관 시인과 친구이면서 동료이면서 후배로서 참석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선관 시인이 돌아가셨을 때 마산의료원에서 진혼춤으로 시인의 귀천에 배웅하기도 했다.

"저는 여기가 고향이 아니라서 그분을 만난 적도 없고 처음 들어보는데, 순수하시고 자연이나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그런 것을 소재로 많이 쓰신 것 같다. 이를 읽다 보니 마산의 구석구석을 멋지게 표현하며 사람들을 깨우치고 일으키는 시인임을 알게 됐다."(이혜성·77)

▲ 지난 17일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하나로 진행되는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 문학수업에서 주민들이 윤은주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지난 17일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하나로 진행되는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 문학수업에서 주민들이 윤은주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정현수 기자

이 문학수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15명이다. 이날 두 사람이 빠지긴 했지만, 이선관 시인을 기억하는 참가자가 절반은 넘어 보였다.

"어눌한 몸짓으로 창동을 다니는 이선관 시인, 여러 번 보았지만 이렇게 좋은, 많은 시를 쓴 줄 몰랐다. 만추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모습, 애잔스럽다."(백옥자·68)

"저는 오래전부터 윤 관장님하고 실버독서회도 하고 했기 때문에 관장님이 하는 수업은 뭐든지 따라다니다 보니 또 하게 되었어요." 조윤래(77) 씨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이선관 시인에 대해서는 "궁핍한 생활 속에서 혼자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이렇게 멋지고 많고 많은 아름다운 시를 남기시어 존경한다"고 했다.

하영옥(74) 씨는 지금 돌이켜 보니 가끔 창동에서 보았던 분이 이선관 시인이었음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오늘 사진으로 뵙고 보니 창동에서 길을 걸으며 많이 뵀던 그분이 이선관 시인이구나, 마산이 추앙하는 그런 시인을 참 그렇게 예사롭게 지나고 살았구나 생각이 들죠." 하 씨는 수업을 하고 느낀 감상을 발표할 때 이렇게 덧붙였다. "진작 알았더라면 성광집 술값은 내가 내었을 텐데." 성광집은 이영자 시인이 운영하던 창동 인근의 식당이었다.

윤 관장은 "기회가 되면 이영자 시인을 모시고 직접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갖고 또 이선관 시인이 자주 갔던 만초에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수업 결과물은 사진과 캘리그래피 등 전시와 독립출판사의 참여를 통한 책으로 기록된다. 또한 창동예술촌에 입주한 전문시각예술인들이 참여해 미술작품으로도 구현된다.

이번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를 기획한 이수진 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대리는 "기성세대들은 창동과 이선관 시인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었고, 청년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오늘의 창동을 살아가고 있었다"면서도 "청년 절반이 서울이나 대도시로 유학을 떠난다는 얘길 듣고 안타까워 각 세대가 기억하는 창동 이야기가 공연과 전시, 책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고 청년들에게는 창원에서도 생생한 제작현장을 경험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 결과물의 전시는 10월 20~25일 3.15아트센터 1전시실에서 열리고 뮤지컬 공연은 28~30일 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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