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산 허승호 선생 주관해 개최
각지서 모인 33주품 본선 올라
청주 이은숙·탁주 박옥엽 금상

시민들이 잔을 들어 올렸다. 인공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전통주를 맛보며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 술을 빚은 사람이 말하는 술 이야기 =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해;봄 베이커리&카페 1층에서 16일 제1회 창원전통주 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몽산의 전통주 이야기가 주관했다.

대회는 주담화로 문을 열었다. 본선에 진출한 총 33주품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솟는기쁨, 스민기쁨 청주를 만든 차재원 씨는 "귀하고 정성들인 술을 만들어 자랑스러운 전통, 그리고 우리네 건강을 지켰으면 했다"고 말했다. 스민기쁨은 삼양주 기법으로 빚은 술이다. 삼양주 기법은 1차로 죽을 쑤고 2차로 찹쌀가루로 범벅을 만든다. 3차는 숙성단계다. 스민기쁨은 재료를 100일간 저온숙성했다. 갈대 뿌리가 여러 효능이 있다고 해 술에 첨가했다. 차 씨는 "빚어놓고 보니 깔끔한 맛이 나서 출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연옥 씨는 집에서 빚은 청주에 '첫사랑'이라고 이름붙였다. 권 씨는 "첫사랑은 달달하지만 애달파하고 그리워한다. 이별의 고배를 맛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그 다양함을 표현하고자 했다"면서 술이 만들어진 배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청주 첫사랑은 찹쌀과 누룩을 재료로 이양주 기법으로 빚었다.

윤경미(32·창원시 의창구) 씨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대회 개최 소식을 접하고 방문했다. 윤 씨는 평소 네댓 명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기곤 한다고 했다. 윤 씨는 주담화 시간에 관심이 생긴 스민기쁨 술을 맛봤다. 윤 씨는 "전통주 특유의 부드러운 목 넘김, 깔끔함을 맛봤다. 특히 갈대향이 은은하게 올라와 특이했다"고 말했다.

조은애(33·창원시 의창구) 씨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창원 대표 전통주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전통주가 다른 술에 비해 마시는 동안 질리지 않고 깔끔한 게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곽정원 씨가 빚은 청주 가을정원을 시음한 조 씨는 "잎 향이 나면서 더 색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전통을 지켜야 전통주 참맛 우러나옴을 깨달아" = 이날 청주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이은숙(60·전남 순천시) 씨는 '젊은오빠'라는 술을 출품했다. 청주 젊은오빠는 호산춘 기법으로 빚었다. 이 씨는 "호산춘은 범벅과 물을 혼화하는 데 1시간을 들인다. 혼화 과정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호산춘으로 정성을 들여야 맛있다는 단순한 진리 때문에 힘들어도 술을 빚어냈다"고 말했다.

▲ 제1회 창원 전통주 대회가 16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해;봄 베이커리&카페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제1회 창원 전통주 대회가 16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해;봄 베이커리&카페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이 씨는 앞으로 백설기를 쪄서 만드는 방문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어떤 술이든 100번 이상 담가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전통을 무시하면 잘못된 전통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주민들과 술을 함께 빚는 마을기업을 세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막걸리 의병, 전통주 독립군이다" = 이날 시상식에서 최인태 막걸리 문화촌장은 "일본 누룩으로 빚는 양조장 형태는 조선총독부에 의해 생겼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방식 막걸리가 지배한다. 그런 방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우리 전통주를 만든 분들 을 전통주 독립군이라 칭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를 주관한 몽산 허승호 선생은 "시인, 학자, 전통계승자들이 제대로 된 지역 문화행사에 갈증이 많다. 그 갈증을 녹여낼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탁주부문, 청주부문 각 금상, 은상, 동상을 시상했다.

금상은 청주부문에서 이은숙 씨의 '젊은오빠'가, 탁주부문에서는 박옥엽 씨의 '주보드레'가 받았다. 이 밖에 △은상 청주부문 권연옥 '첫사랑', 탁주부문 김성윤 '사량도의 향기' △동상 청주부문 손마회 '달빛을 훔친 짝사랑', 탁주부문 박혜진 씨의 '만개'가 각각 수상했다.

특별상 탁주부문에는 임헨나 씨, 청주부문은 손순덕 씨의 '유혹'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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