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군항제 취소·차량 통제
여좌천·경화역 등 명소도 한산
주변 빈 점포 바라보며 한숨만

진해군항제가 취소됐어도 벚꽃은 핀다. 2019년 군항제에는 412만 명이 다녀갔다.

창원시 애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해군항제가 열려 창원시 진해구 일대는 부산스러워야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지역 축제 취소를 강력히 권고했다. 또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세를 강하게 보이자 창원시는 지난달 개최 취소 결정을 내려야 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진해군항제 무산으로 진해 상권이 시름을 앓고 있다.

◇점포임대 펼침막 눈에 띄어 = 중원로터리는 진해군항제 본 행사 무대가 설치되는 장소다. 29일 방문한 중원로터리와 진해 중앙시장 일대는 한산했다. 특히 충무동 일대에 붙은 점포 임대가 눈에 띄었다. 한 건물은 임대주가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점포를 내놓았다. 이 임대주는 "올해 1월에 계약이 끝나 비어 있다. 월세를 10% 인하해 내놓았다. 건물 2~3층도 빈 상태"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건너편 4층 건물도 3·4층 점포임대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펼침막은 붙인 지 오래돼 빛이 바랬다.

중원로터리에서 뻗어나가 유흥업이 밀집된 여좌동도 마찬가지였다. 간판도 펼침막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건물들도 다수 보였다. 이곳 한 임대업자는 "코로나19 이전, 2019년부터 비어 있던 점포다. 지난 2년간 문의가 뜸했는데 최근에서야 연락이 오고 있다. 주로 노래방, 가맹점 창업을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예비창업자가 가맹점 창업을 희망한다지만 가맹점이라고 잘 되는 건 아니었다. 충무동 김밥 가맹점 앞엔 어김없이 점포 임대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진해 중앙시장 일대는 귀금속 판매업, 휴대전화 통신판매업, 외식업 등을 하던 공간도 비어 있다.

진해구 소상공인, 외식업계는 점포가 오랫동안 비어 있는 모습을 걱정했다.

심임숙 경남소상공인연합회 진해구회장은 "벚꽃 상권뿐만 아니라 진해 전체 상인들이 울상이다. 충무동에서 영업 중인데 인근에 임대 점포만 체감상 80% 정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재창업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이 있지만,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에 있는 한 상가에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성희 기자
▲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에 있는 한 상가에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성희 기자

◇벚꽃명소 인근 상점 한산 = 벚꽃 명소로 유명한 여좌천 로망스다리와 경화역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4명 정도 가족 단위로 모여 여좌천을 걷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예전에는 해가 지면 로망스다리와 조형물에 설치된 조명이 켜져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지만, 지금은 조명이 꺼져 있다. 한 관광객은 "조명이 꺼진 여좌천은 걷기 지루하다"고 말했다.

내달 4일까지 여좌천 일대는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여좌천 교량마다 뻗어나가는 길목은 주차된 차량으로 비좁았다. 하지만 이 일대 상권까지 온기가 닿지는 못했다. 여좌천을 잇는 교량 중 하나인 현녀교 인근에 있는 카페는 손님 2명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2층과 마당까지 자리를 마련한 카페는 좌석의 절반도 채워져 있지 않았다. 드문드문 길거리 음식을 팔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벗고 먹을 수 없어 관광객들은 지나치기만 했다.

경화역은 오전에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이 몰렸다. 하지만 일대가 주차난을 겪거나 교통이 혼란스럽지 않았다. 오후 8시가 갓 넘은 시간이지만 경화시장 일대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경화역에서 걸어내려오는 관광객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진해구 자은동에 사는 한 시민은 "코로나19 이전엔 인파를 피해 오전 1시에 방문해도 북적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저녁 직후 시간대에도 한적해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경남지부 진해구 사무국 관계자는 "진해군항제 기간에 한해 장사를 하는 외식업체들은 폐업했거나 위기를 겪고 있다. 또 진해 특성상 단체 손님이 핵심인데 거리 두기 정책으로 한계가 있으니 회전율은 낮고 매출은 적다"고 말했다.

◇군항제를 대신해 =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과 진해도시재생센터는 진해군항제 대체 행사를 연다.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은 진해군항상권 특산물을 실시간 방송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 네이버 쇼핑 라이브 채널에서 복떡방이 만드는 당뇨떡, 영양찰떡 등을 판매한다. 다음 달 4일에는 수제강정하우스, 낙원떡집 특산물을 판매한다. 중원로터리, 여좌천 로망스다리에서 방송해 진해 벚꽃을 선보이고자 한다.

진해도시재생센터는 센터 건물 보태가 맞은편에 있는 장옥에서 '벚꽃개화 플랜B 프로젝트'를 열었다. 장옥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2층짜리 연립주택이며, 지난해부터 개조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진해군항제 취소 소식을 접하고 한 달간 준비해 장옥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1층에는 장옥에 있던 가구 등을 전시하고, 2층에선 4월 1일에 재즈 공연을 연다. 보태가 건물 옆 마당에서 창원 농부 비정기 시장 '빗장'을 열어 진해 상권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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