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선·김천국·김이국 모자 
"어려웠던 시절 받은 도움 되돌려주는 것"
양덕중에 1000만 원 전달...해마다 100만 원씩 더

30여 년 전 가정 형편이 어려웠을 때 지역사회에서 장학금을 지원받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한 가족이 어려운 여건에도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돕고자 장학금을 내놨다.

어머니 김봉선(81) 여사와 아들 김천국(48)·이국(47) 씨는 2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중학교에 장학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특히 두 아들은 앞으로 해마다 100만 원씩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했다. 양덕중은 천국·이국 형제의 모교다. 형제는 1991년 2월 함께 양덕중을 졸업했다. 

형제는 고교생 때 '노비산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받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다만, 상의 끝에 함께 다녔던 양덕중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게 뜻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양덕중에는 현재 천국 씨의 자녀가 재학 중이기도 하다.

천국 씨는 남들보다 한 해 늦게 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8살 때 동네 친구들은 다 함안 가야초에 입학했는데, 자신은 학교에 가지 않아 아버지에게 물었더니 100일만 있다가 보내준다 해서 매일 달력에 표시하며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한 살 터울 동생과 함께 학교에 다니면서, 문제집은 1권만 살 수밖에 없었던 형편이라 돌려보며 공부했던 기억도 있다. 

▲ 김봉선 가족이 2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양덕중학교 도서관에서 황금주 교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봉선 가족이 2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양덕중학교 도서관에서 황금주 교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천국 씨는 "제 나이 또래 중에 어렸을 때 굶어서 배고팠다고 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누나 3명도 모두 야간에 공부하며 산업체에서 일해 살림에 보탰다"고 말했다.

현재 천국 씨는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며 '기술 명장'을 꿈꾸고 있다. 동생 이국 씨는 NH농협은행 창원시지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이국 씨는 출장 등 업무로 전달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김 여사는 "아들 둘 다 애먹이지 않고 잘 컸다. 없는 살림에 그 힘으로 견뎌왔다"며 지난날을 돌이켜봤다. 또 김 여사는 "여유가 있었으면 좀 더 많이 (기부를) 했을 텐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늘 도움을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10여 년 전부터 생활비와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틈틈이 모아 장학금(1000만 원)을 마련했다. 형제는 이런 어머니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날은 김 여사의 '장수사진'을 찍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천국 씨는 "앞으로 해마다 이 시기에 장학금을 기부할 텐데 그러면 매년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덕중은 김 여사와 두 아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황금주 양덕중 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우리 사회에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학생이 많다. 소중한 장학금을 잘 전달해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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