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병영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제 병사들은 일과를 마치고 나서 휴대전화를 쓸 수 있고 평일 외출도 가능한 시대가 왔다. 지난달 서욱 국방장관은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 위촉식에서 "개인 기본권이 존중받는 선진 병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병영 문화를 대표하는 '군가'는 어떨까.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지금도 군대에서 많이 불리는 군가 <진짜 사나이> 가사 일부다. '팔각모 사나이', '대한의 사나이' 등 군가 가사에서 사나이는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심지어 '사나이 사나이'라는 군가도 있다. 

국어사전에서 사나이는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군대에는 사나이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2020년 기준 1만 3655명의 여군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 1950년 8월 한국전쟁이 터지고 나서 여자 의용군교육대가 창설된 이후 여군 수는 계속 증가해왔다.

지난 4일 육군은 올해 안에 1500여 명을 추가로 늘려 육군 내 여성 비율을 9.6%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정책 부서에도 여군 보직 비중을 지난해 대비 18%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여군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군가는 남성 중심의 용어가 대부분이어서 여군이 조직 안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여군 ㄱ 씨는 "군가를 부르면서도 무언가 어색하다고 느낀 적이 많다"며 "군대에서는 자주 군가를 부르는데 그럴 때마다 남성들만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팀장은 "군가는 군인 사기 진작을 위해 사용되는데 남성만을 지칭한다면 여군은 같은 구성원으로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군가 가사를 바꾸거나 새로운 군가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가는 월남전이나 군사 정권 시기에 상당수 만들어져 호전적인 가사가 많은 만큼 시대상을 반영한 노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 팀장은 해병대 대위 전역을 했다. 그는 지금은 거의 부르지 않지만 해병대 사가 중 '해병은 처녀를 좋아해' 같은 성차별적인 가사가 포함된 경우도 있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면에 '성평등'을 이유로 군가를 바꾸면 이전부터 지켜왔던 전통을 해치거나 군 복무 중인 병사와 간부들에게 혼란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군악대를 전역한 ㄴ 씨는 "군가가 남성 중심적이라는 이유로 바꾼다면 오히려 남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불려왔던 군가를 갑작스럽게 바꾸면 군인이나 예비역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육군 장교 출신 ㄷ 씨는 여전히 여군이 군대 내에 소수인 점을 강조했다. 전체 군 병력에서 여군은 2.4%에 불과하다. ㄷ 씨는 "지휘관에 따라 부대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그나마 병사들이 군가를 부르는데 훈련소를 나오고 자대 배치를 받으면 군가 부를 일이 거의 없다"며 "여군들은 최소 하사 이상 간부고, 병사들은 아직은 100% 남성이라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 중심의 군가는 점진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때마다 새로운 군가를 담은 군가 수첩으로 훈련병을 교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 만들어졌던 군가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는 "부대 단결과 장병 사기 고취를 위해 군가를 제작하고, 신규로 반영하고 있다"며 "장병들이 부르는 군가는 시대별 대표성, 각군 문화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 군별로 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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