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9회, 태극기 60개씩 걸어

1년에 9번 60개의 태극기를 다는 부부가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철수(54)·박정숙(62) 부부다. 3.15 의거를 맞이한 이 날. 부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거리마다 태극기를 내걸었다. 

김 씨는 "3.15 의거에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신 분들이 있기에 오늘이 있다"며 "국경일을 맞이할 때마다 나라에 봉사한 분들을 떠올리면서 국경일마다 태극기를 건다"고 설명했다. 그의 부인 박 씨도 손을 거든다. 박 씨는 "남편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태극기를 걸었는데 다 걸고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거들었다. 

이들 부부가 태극기를 달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태극기에 주름 하나 잡히지 않게 고이 접어 보관한다. 조그마한 수레와 상자를 구입해서 간직했다가 국경일마다 직접 나서서 거리에 태극기를 펼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이다. 부부의 손을 거치지 않은 태극기가 하나도 없다.

벌써 7년째, 태극기 손질에는 도가 텄다. 이웃 주민들에게 김 씨는 '태극기 전도사'다. 그는 "가끔 태극기를 꽂을 수 있게 거치대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있다"며 "벽돌집은 거치대 만들려면 구멍 뚫기도 쉽지 않지만, 의미가 좋으니까 공짜로 가서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태극기에 공들이는데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아 속상하기도 하다. 박 씨는 "다 살기 바빠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달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의 마음도 같다. 

"힘들긴요. 우리는 목숨 바치는 게 아니잖아요. 그저 하루만이라도 시민들이 열사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그런 바람으로 태극기를 달아요."

길마다 태극기가 나부낀다. 사람들이 태극기를 보고서 국경일의 의미를 떠올렸으면 좋겠다는 부부의 소망이 바람을 탔다. 그 소망에 응답하듯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되묻는 시민들도 있어서다. 부부는 그걸로 됐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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