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후보 모병제 전환 공감... 전문가, 폭넓은 시각 당부
"정치 종속 않고 평화 실현할 단계적 실행방안 더 고민을"

1945년 해방 이후 장장 77년간 고착화해 온 분단 체제 속 남북 문제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받아안게 되는 숙명이다.

남북 관계는 대한민국 외교 안보 정책의 기초다. 대통령의 남북 관계 관리·개선 철학이 확고해야 한미동맹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대만 등 주변국과 외교 안보 협력 체계를 안정적으로 조율해 나갈 수 있다. 이 토대 위에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많은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현재 지구촌이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 안보 위기가 가중되는 이때 남북 관계마저 개선의 여지 없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대규모 전쟁 발발 위기는 더욱 심화하게 된다. 대통령 후보들의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 해결 방안을 살펴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차이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제연합(UN) 총회에서 남·북·미·중 가운데 3자 내지 4자가 모인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평화 국면을 맞았다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경색된 남북·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의 돌파구였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 이행 의미도 있었다.

후보들은 저마다 적극성에서 차이를 보였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제 조건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종전선언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면서 "남북 간 북미 간 신뢰 구축에 기여하고, 평화협정 전환 입구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 그 자체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완화해 우리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미관계 정상화로 평화협정 체결에 필요한 외교가 본격화돼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에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경남도민일보>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지난달 발표한 외교안보 공약에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남북 간 평화협정을 준비하고, 전폭적인 경제지원과 협력을 할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 이전이라도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라 대북 지원과 협력 사업을 구체화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현 정부 대북정책 계승
윤석열, 비핵화 진전 따라 협력
심상정, 4자 평화회담 개시 약속
안철수, 한미동맹 기반으로 실행
김재연, 상호 군축·연방제 추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치적 선언이 성사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와 이후에도 평화 프로세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비전 공유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핵활동 동결-대북제재 완화(스냅백도 가능) △비핵화-평화체제 전환의 단계적·병행 추진 원칙 확인 △상대체제 존중-흡수 통일과 무력에 의한 전복 정책 완전 폐기 △전쟁 불가와 무력증강 대결 중단 등 합의에 기초한 '평화 선언' 연계 추진을 공약했다. 이어 "남·북·미·중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논의하고 타결할 '4자 평화회담' 개시"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종전선언은 북한이 비핵화→평화협정→북미 수교→세계 평화라는 발전적 순환구조에 동의한 상태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이 합의가 없으면 오히려 비핵화의 입구가 아니라 유엔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정치 공세, 선전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기반 위에 확고한 비핵화 입구이자 평화협정의 토대로서 남·북·미가 상호 신뢰와 규범력을 갖춘 상태에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남·북·미·중 간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2025년 통일연방공화국 건설의 1단계인 남북연합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을 구실로 한반도에 주둔한 외국 군대를 내보내고, 남과 북이 군사적 갈등과 대치가 아닌 평화로운 상호 군축을 실행에 옮기도록 할 것"이라며 "이 토대 위에 남북 간 통일 방안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하나의 중앙정부와 남과 북 두 개의 지방정부로 구성된 1국가 2체제의 연방통일국가' 통일 방안도 제시했다.

◇모병제 관련 견해는 = 과도한 군비 경쟁은 종전 선언과 평화 체제로의 이행에 걸림돌이다. 특히 다수 국민이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난 심화, 출생률 저하 속 징병제 유지에 회의적이다. 군사 기술 고도화·자동화 시대에 과다한 병력을 유지할 필요성도 점차 줄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군 인력 전문화가 필수적이기에 임기 내 징집병 규모를 15만 명으로 축소하고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선택적 모병제는 현재 국민개병제를 유지하되 병역 대상자가 '징집병'과 '전투부사관 모병'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병사 급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7년 월급 200만 원 이상 보장도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단계적인 '징병+모병' 전환을 제시했다. 다만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당장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태도다. 그는 "현재 상황에 모병제 전환 시 재정 문제와 안보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병사 월급 200만 원 보장을 공약하는 등 병사 처우 개선에 방점을 뒀다.

심상정 후보는 징집에 의존한 50만 명(병사 30만 명·간부 20만 명) 병력 규모를 전문성을 갖춘 간부 중심(간부 25만 명·병사 15만 명)으로 전환하는 '한국형 모병제'를 공약했다. 먼저 12개월 복무 일반병사 징병+4년 의무복무 모병을 혼합한 뒤 2030년 완전모병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전문 병사는 초봉 300만 원 수준 급여를 보장하고, 복무 후 부사관 진입 시 대학(원) 진학, 장기복무 전역 후 일자리를 지원한다.

안철수 후보는 전문 부사관을 군 병력의 50%까지 늘리고 징집병을 줄이는 '준모병제'를 공약했다.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줄어든 현역병 수요에 연동해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사회복무요원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연 후보는 2024년까지 병력을 20만 명으로 감축하고, 모병제로 전면 전환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들에게 9급 공무원 수준으로 급여를 보장한다. 다만 전면 모병제 시행 중간 과정으로 2022년, 2023년은 의무복무기간 12개월로 단축과 지원병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징병·모병 혼합 단계'를 둔다. 2024년 20만 병력 중 병사는 12만 명, 장교와 부사관은 8만 명 수준으로 둘 생각이다.

◇전문가 평가 = 황교욱 경남연구원 남북교류협력연구센터장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을 두고 윤 후보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계승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후보는 현 정부 대북정책 계승·안보동맹 유지, 윤 후보는 '선 비핵화·후 보상' 원칙 속 인도적 대북 지원 지속, 심 후보는 종전 선언 이후 포괄적 협상을 위한 4자 평화회담 연계, 안 후보는 북한 협상 전략 종속 탈피, 김 후보는 한미 안보동맹에서 벗어난 새로운 한반도 체제 강조 등 차이를 보였다"며 "이 가운데 심 후보가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한 비핵화의 동시 이행 조치로 제안한 '스냅백'(비핵화 과정이 진척될수록 대북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되 비핵화 약속을 위반할 경우 제재 재개)은 다중·복합적인 한반도 평화 협상을 추동하는 실행 방안으로서 눈에 띈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당면한 한반도 정세는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차기 대통령은 평화 문제를 국내정치에 종속시키지 않고 한반도의 운명을 고민하는 폭넓은 시각, 비핵·평화체제 문제를 실제 해결할 수 있는 단계적·포괄적 실행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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