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 기후에너지부 신설·탄소세 도입/원전 연장 않고 신규 건설 안 해
윤석열 - 원자력 비중 30%대 유지 의지/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공약
심상정 - 기후위기 대응 헌법에 명시/석탄화력 폐쇄·단계적 탈핵
안철수 - 산업부, 산업자원에너지부 개편/소형모듈원전 개발 집중 투자
김재연 - 업종·지역별 산업전환위 설치/온실가스 배출 기업 세금 인상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받아들이는 기후위기 심각성과 그에 따른 해법은 제각각이다.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데 한뜻을 보이는 듯하지만, 어떤 정책을 서둘러야 하는지 판단을 보면 우선순위가 다르다. 특히 탈핵을 놓고선 진보와 보수진영 후보 간 시각차가 극명하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은 시민사회단체와 '기후대선운동본부'를 발족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후보 대부분 기후위기를 사회 체제 대전환보다는 탄소 배출을 더할 수밖에 없는 경제 성장, 기술 발전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한계 또한 확인된다.

◇기후위기 대응 = 정부 부처를 바꾸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산업부, 환경부 등에 분산된 업무를 하나로 묶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해 산업과 에너지 융합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기후위기를 두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제1국정과제로,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평등과 평화의 새로운 체제 대전환 계기로 삼겠다고 각각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조화를 이룬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2018년 대비 40% 이상, 심상정 후보는 헌법에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명시·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2010년 대비 50% 이상, 안철수 후보는 원자력에너지 35%·재생에너지 35%·기타에너지 30% 등 에너지 믹스(전력 발생원 구성비) 로드맵 구축,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현재 대비 50% 감축 등으로 각각 목표를 수치로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탄소세 도입, 오준호 후보는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을 각각 공약했다. 탄소 발생에 세금을 매겨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 후보는 "탄소세수 일정 부분은 산업전환 지원에 쓰겠다", 오 후보는 "세수는 기본소득으로 분배해 노동자, 서민 소득을 안정시키겠다"고 각각 약속했다.

◇에너지 전환·분권 = 이재명 후보는 분산형·지능형 에너지 체계인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해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공급·소비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RE100(재생에너지 100% 생산·사용) 산업단지 조성, 노동자 교육훈련과 이직 지원·지역경제 위기 예방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지정, 경남·부산·울산 미래차와 수소 중심축 발전상 등을 제시했다.

심상정 후보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2030년까지 폐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50% 달성을 공약했다. 아울러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은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전환해 설치하고, 중형 시설은 광역 단위마다 지역에너지전환공사를 둬 지역 주민의 투자 참여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녹색투자은행' 전환, 2030년까지 500조 원 녹색공공투자도 약속했다.

김재연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공동결정법'을 제정하고, 산업·업종·지역별로 '민주적 산업전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87%를 차지하는 기업 100여 곳에 법인세를 포함한 직접세 비율을 높이며 조세 제도를 개편하고, 노동자 안전과 고용을 보장하는 발전 6개사 수평적 통합과 민영발전소 공영화 추진, 남북협력을 포함해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평화와 공존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클러스터(산학협력지구)' 구성도 제시했다.

오준호 후보는 500조 원 규모 '기본소득 그린뉴딜'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국가가 재생에너지 기술 혁신 등에 대규모 공공 투자를 하면서 기업 지분을 얻고, 성과 배당을 받아 국민 기본소득으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탈핵 셈법 = 윤석열 후보는 터를 잡아놓고 공사가 중지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가동 원전의 계속운전 등으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원자력수출 범정부 조직 구성·한미 원자력 동맹 강화와 2030년까지 동유럽과 중동 신규 원전 10기 이상 수주·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원전 개발 지원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고 주장하며 SMR 집중적 투자와 초격차 기술 확보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자신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 또한 즉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감원전' 정책이라며 현재 가동 중이거나 준공 예정인 원자력발전소를 설계수명이 다할 때(2085년)까지 쓰고, 수명이 다한 원전은 더는 연장하지 않으며, 새로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노후 발전소 수명 연장을 금지하겠다면서 단계적으로 핵발전소를 폐쇄해 2040년 탈핵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재연 후보는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은 함께할 수 없다며, 핵발전을 줄여야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오준호 후보는 수명 완료 핵발전소 폐기, 신규 핵발전소 수립 중단, 고준위 핵폐기물(대량의 방사성 물질) 관리법 강화, 핵발전위험세 부과, 내진설계 상향 조정 등 탈핵 로드맵 수립을 약속했다.

◇"정책 구체화 필요" = 경남지역 유권자들은 공약 가운데 확실한 기후위기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13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박종권 공동대표는 "이재명 후보는 기후위기를 인식하지만, 지구기온 1.5도 상승까지 7년밖에 안 남았다는데 절박성은 떨어지는 듯하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참신하고, 농촌에 재생에너지 단지를 만들면 RE100을 위해 기업이 찾아올 것이라고 보는 판단도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나 메가시티 등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개발 공약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윤석열 후보는 탄소 감축안이 산업체와 조율이 안 됐다고 주장하는 등 기후위기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탄소 배출을 안 한다며 원자력을 확대하자는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도 한다"며 "안철수 후보는 원전이 과학적 측면에서 살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과학자들이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고 꼬집었다.

또 박 대표는 "심상정 후보는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원전 반대를 밝혔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전기를 써야 하는데, 전기요금이 형편없이 싸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확대될 수 없다. 예를 들면 한 집에 5000∼1만 원씩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데 국민 70%가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확보된 예산은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 노동자 보상 등에 쓸 수 있음에도, 정치인이나 언론이 이익이 되는 표나 시청률을 따져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거나 제대로 보도 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 중인 창원시민에너지협동조합 안명선 이사장은 "후보별로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에 강한 의지는 보이나 실행할 정책의 구체성이 없어 보인다"며 "신축 공공건물에 의무적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은 이미 하고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공공기관 또는 유휴부지에 태양광 공사를 하는 간편한 정책이 제도화할 수 있음에도, 작지만 구체적인 공약이 안 보여 아쉽다. 태양광 사업에 실질적인 금융 지원 등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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