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천 생태계 모니터링
공사현장 생물 파괴 쓴소리
환경학교·쓰레기 줍기 등
주민 함께하는 운동 이어가

이순정(55) 씨의 삶은 푸른산내들 회원이 되고 달라졌다. 이전에는 공부방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들꽃이나 벌레 이름을 알려주는 정도였는데, 회원이 된 이후에는 2009년부터 양항재 일대 습지와 하천 생태계를 조사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다닌 조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여 년간 거창지역을 중심으로 생태·환경교육, 멸종위기종 조사와 보호에 힘써오며 지금은 대표라는 직함을 단 그를 지난 21일 거창군 거창읍에 있는 푸른산내들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하천 공사로 멸종위기종 생물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 매일 하천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위천천, 마리천 등에서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되지만, 그대로 흙을 파헤치는 공사는 비일비재하죠.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복원까지 고민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어느 현장에서는 옆구리에 점이 있는 장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다목장어로 추정됐지만, 공사 막바지여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죠."

▲ 청년모임낯가림, 거창하천환경교육센터, 푸른산내들, 거창군, 행정안전부가 함께 펴낸 동식물 그림책 <동천 생태 탐사 - 초록 발자국>./이동욱 기자
▲ 청년모임낯가림, 거창하천환경교육센터, 푸른산내들, 거창군, 행정안전부가 함께 펴낸 동식물 그림책 <동천 생태 탐사 - 초록 발자국>./이동욱 기자

벌목 또는 채석 현장에서 하늘다람쥐와 담비 서식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일부는 보존되기도 했다.

"공사 현장에 종사하거나 관계가 있는 이들도 모두 거창 사람들이라서 사실 마음이 편치 않죠. 하지만 코로나 시대 환경을 지키는 일은 극단적인 게 맞다고 봐요. 우리가 지구를 함부로 써왔고 너무 파괴하지 않았나요? 자성해야죠."

지난해 지역 아이들, 청년들과 함께 거둔 뿌듯한 결실이 있다. 청년모임낯가림, 거창하천환경교육센터, 푸른산내들, 거창군, 행정안전부가 '청년단체와 함께하는 토요환경학교'를 열었고, 이 대표는 주말 15차례 환경 수업을 맡았다. 초등학교 3~5학년 15명이 매주 그린 동식물 그림은 <동천 생태 탐사 - 초록 발자국>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아이들은 방귀버섯, 각시붕어 등 다양한 동식물의 특징을 잡아서 하나하나 그렸고, 그림 솜씨가 빼어난 청년들이 도와줘 수업은 풍성해졌다.

▲ 이순정 푸른산내들 대표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동욱 기자
▲ 이순정 푸른산내들 대표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아이들이 작은 하천에 생각보다 많은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을 테고, 마을 실개천의 소중함도 크게 느꼈을 거예요. 저도 잘 몰랐던 황띠배벌을 알게 됐거든요. 이런 경험으로 아이들이 자연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거라고 봐요. 나중에 아이들 가운데서 생태동화작가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주상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도 6차례 수업을 해서 마을 생태지도를 만들었다. 앞으로 다른 읍면, 학교에서도 시도해볼 계획이다.

쓰레기 줍기 모임도 함께하고 있다. 거창에 큰비가 오면 양항재를 낀 남하면 일대에 쓰레기가 모인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간 이곳에서 학생들과 봉사활동으로 쓰레기를 치워왔다. 그런데 2019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거창군과 주민들까지 함께해 대규모로 쓰레기를 거둬들였다. 파묻힌 매트리스도 몇 개씩 나오고 엄청난 양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해 12월 쓰레기 줍기 모임이 만들어졌다. 적으면 2~3명, 많으면 20여 명이 산, 하천, 들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캐나다 출신으로 거창대학에서 일하는 로버트 이안 맥피 교수가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교수님 때문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거둬들인 쓰레기에는 스티커를 붙여놓는다. 여기에는 '수달이 살 수 있는 깨끗한 하천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주변 쓰레기를 주워 이곳에 놓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푸른산내들은 회원 회비로 운영되다 보니 지난 2년간 재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사실상 이 대표가 거의 모든 역할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에 신경을 쏟느라 소원했던 네 자녀에게는 늘 미안했다고 이 대표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그래서 대부분 시민단체가 그렇듯이 올해 제대로 된 여건에서 후배 활동가를 양성하는 것이 희망사항 가운데 하나다.

▲ 이순정 푸른산내들 대표가 함께하는 쓰레기 줍기 모임이 거둬들인 쓰레기에 붙이는 스티커. '수달이 살 수 있는 깨끗한 하천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라고 적혀 있다./이동욱 기자
▲ 이순정 푸른산내들 대표가 함께하는 쓰레기 줍기 모임이 거둬들인 쓰레기에 붙이는 스티커. '수달이 살 수 있는 깨끗한 하천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라고 적혀 있다./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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