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파문 엉뚱한 접근법
광주 참사 노동시간 탓으로
미담도 비틀어 조회수 유도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박신·이원재 기자가 각자 고른 나쁜 뉴스 가운데 하나를 찍어 지면에 소개합니다. 이번주 유튜브 방송은 쉽니다.

◇팬카페 회원 안 궁금해요 =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김건희 씨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발언 내용을 두고 언론사마다 가치 판단은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방송 뉴스 중 유독 TV조선 뉴스9은 김건희 씨 팬카페에 주목했습니다.

△與 "김건희 선거농단, 예비 최순실" 맹비난…'팬카페 회원' 80배 폭증(18일 TV조선).

이날 뉴스9은 화면 하단 실시간 뉴스 제목에는 70배라고 썼다가 리포팅 시점에는 80배라고 고치는 꼼꼼함을 보였습니다. 기사는 우선 여야 설전 형식을 취합니다. 마지막에 굳이 '팬카페 회원 수 폭증'을 끼워넣었는데요. 팬카페 회원 수 변동을 민심 바로미터로 보는 걸까요? 김건희 녹취록이라는 본질은 어디 가고 김건희 팬카페만 남았습니다. 앵커 멘트를 들으니 보도 의도가 더 선명해집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비교하며 '선거농단'이라고 공세를 폈습니다. 하지만 육성 공개 이후 김건희 씨 팬클럽의 회원 수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김연수)

◇광주 붕괴사고가 주52시간 탓? = 규제를 반대하는 기업 목소리를 여과 없이 받아쓴 기사가 매일같이 나옵니다. 이제는 광주 붕괴 사고도 주52시간 탓이라는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려가 현실로…"주 52시간이 광주 참사 불렀다"(12일 이뉴스투데이).

기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줄어든 공기를 맞추려고 공정을 서둘렀다는 건설업계 입장을 대변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사업을 수주한 건 2019년 4월이고, 주 52시간제는 2018년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인 현대산업개발 역시 주 52시간 적용을 받을 때입니다. 갑작스레 공사기간이 단축되었다는 건설업계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설사 사고 원인이 공사기간 부족이라고 해도 이는 주 52시간 탓이 아니라 공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시행사 책임으로 봐야 합니다. (박신)

◇교묘한 제목으로 조회 수 노린 여경 기사 = 15일 부산 금정경찰서 누리집 '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미담이 올라왔습니다. 신고자는 추위에 떨며 쓰러진 노인에게 점퍼를 벗어준 경찰을 칭찬하고자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이 조작을 의심했고 신고자는 논란에 반박했습니다.

△노인에 점퍼 벗어준 여경 미담 조작? '신고자 글 보니…'(19일 이데일리).

기사는 "홍보용이네. 여경 이미지 세탁하려고 별짓 다 한다"는 등 누리꾼 반응을 전합니다. 근거 없는 비방입니다. 하지만 기자는 '조작'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올렸습니다. 또한 신고자 반박 내용 대신 '신고자 글 보니…'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클릭을 유도합니다.

기자라면 본문 구성과 제목을 세심하게 살펴야 마땅합니다. 아! 설마 조회 수가 더 중요한 가치는 아니겠죠?(이원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