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선처 요구 문서 배포
경남지회 정기총회서 서명 권유
김용균재단·노동계 "비상식적"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경남지회 정기총회에서 법원에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외 9명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돌려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원청으로 현재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1일 김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선고기일은 다음 달 10일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는 18일 오후 호텔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에서 제24차 정기총회와 8·9대 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총회 안건을 처리하면서 탄원서 내용을 안내하고 서명을 권유했다. 탄원서는 회원들에게 나눠준 총회안건 자료집에 포함되어 있었다.

협회는 탄원서에서 "김병숙 사장 등 서부발전 피고인들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상생협력을 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 공기업이다"라며 "특히 일반 중소기업보다 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여성기업을 위해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여성기업의 성장 디딤돌 역할을 자처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그러면서 "김병숙 사장 등 피고인들이 그간 열심히 일해 온 노력과 진심을 살펴주시고, 특히 어려운 중소기업과 여성기업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여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노력한 점을 감안하시어 선처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남지회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본회에서 탄원서를 보내와 정기총회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경남지회는 "당일 행사가 혼잡해 탄원서에 서명한 인원은 소수"라면서도 정확한 서명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망사고에 고통을 통감한다. 협회와 회원사가 각성하자는 의도로 탄원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서부발전이 3년 전부터 기부로 자녀를 둔 여성가장 창업을 지원해왔다. 또 노란우산 공제사업으로 코로나 이후 파산을 대비해 유일하게 여성기업인을 도와준 기업이다"라면서 탄원서를 작성한 배경을 설명했다.

▲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작성한 탄원서.
▲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작성한 탄원서. /주성희 기자

본회는 강제성을 띤 탄원서가 아니며 일부 지회에만 서명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본회가 수집한 탄원서는 피고인 변호인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여성경제인들이라면 고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씨와 충분히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탄원서 자체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권 사무처장은 "결국 여성경제인들이 서명한 탄원서는 한국서부발전이 한결같이 주장한 '사측은 잘못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탄원서가 될 것이다"라며 "진심으로 산업재해 문제를 각성한다면 제대로 재판을 해달라는 탄원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사무처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열리는 재판이어서 경영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아무리 경영인들이라 하더라도 노동자 사망에 책임이 있는 원청을 선처해달라고 탄원서를 내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운송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작업하다 사망했다. 김 씨는 당시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였다. 한국발전기술 원청은 한국서부발전이다.

김용균재단은 19일 사망사건 책임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1만 400여 명이 쓴 탄원서, 의견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