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남아돈다.' 올해 벼 작황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 2000t으로 2020년 350만 7000t보다 10.7% 증가했다. 지난해 6.4%까지 하락했던 쌀 생산량은 올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로 반등했다. 경남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7.8%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는 올해 쌀 초과생산량이 22만~26만 t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초과생산량이 예상생산량의 5.7 ~ 6.8%를 차지한다. 생산자 단체들이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자동시장격리 제도 실행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29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벼 시장 격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현행 양곡관리법에서는 초과생산량이 예상생산량의 3% 이상인 경우 등은 자동시장격리가 가능하므로 생산자 단체들은 정부에 법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2019년 정부가 쌀목표가격제도를 폐지한 후 쌀 수급 관리제도 대안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전까지 정부는 해마다 설정한 쌀목표 가격에 따른 변동직불금을 농가에 지급해 왔지만 해마다 액수를 놓고 농가와 갈등이 컸다. 지난해 1월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 자동시장격리제가 등장한 것은 공급과 수요가 탄력적으로 연동하지 않는 쌀값을 시장에 맡겨둘 수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쌀이 과잉생산될 경우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관리해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한 것으로 농민 바람을 반영한 제도이다. 그 이전에도 정부는 쌀 자동시장격리를 간헐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법제화를 통해 안정적인 제도로 굳힐 수 있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정부와 생산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쌀이 남아돌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가 양곡 정책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으로 전적으로 정부 실책이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양곡의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을 목표로 하는 양곡관리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정책적 과오를 반성하고 지체 없이 대응에 나서야 한다. 현 정부는 스마트 농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농업의 첨단산업화 못지않게 농민 생존을 뒷받침하는 데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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