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대학 10년 전보다 신입생 8525명·학과 143개 감소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 미달…올해 충원율 전국 최저
교육 무상화 통한 공공성 강화·종합교육기관 요구 커져
비수도권 대학 진학 혜택 극대화해 서열화 극복 목소리

지역대학 위기를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은 '벚꽃 엔딩'이다. 벚꽃이 피는 순서, 즉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부터 사라진다는 뜻이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 서열화, 일자리 부족 등 복합적 이유로 도래한 대학의 위기는 대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곧 저출생, 저성장, 고령화,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지역 위기 도미노의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대학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공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입생 10년간 25% 감소 = 경남대학교가 2022학년도 영어·사회·한국어문학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올해 초 경남대 일부 학과 폐과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결정된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으나 결국 세 학과 모두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경남대는 앞서 2010년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운 철학과를 폐지하고, 2017년부터 사범대 과학교육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고 있다. 7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남대 사례는 지역대학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남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경남지역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84%로 2011년 99.4%와 비교해 15%포인트(p) 감소했다. 전국 평균은 물론 수도권 충원율과는 8%p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 10년 도내 대학 입학생 수는 8525명 줄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이 공개한 국가교육통계를 보면 2011년 3만 4543명이던 경남지역 대학 신입생은 2020년 25%가 줄어 2만 6018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재적 학생 수 역시 14만 5451명에서 11만 9443명으로 줄었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도내 대학 학과도 사라졌다. 2011년 1541개이던 도내 대학 학과는 2020년 1398개로 143개가 사라졌다.

◇수도권-비수도권 불평등 심화 =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란 예견은 20년 전부터 나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 재정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학 설립은 이어졌고, 현재 대학 신입생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대학의 위기는 지역에 더 가혹했다. 올해 전국 대학 정원 미달인원 4만 명 중 대부분이 지역대학에 집중됐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경남지역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서울은 99.5%로 가장 높았다.

위기를 만회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경남지역 대학 입학자가 대부분 경남 출신이라는 점을 볼 때 학령인구 감소는 계속될 전망이다. 도내 18세 인구는 2010년 4만 7000여 명에서 2020년 3만 3000여 명으로 약 29.7% 줄었다. 이 숫자는 2030년 3만 2000여 명, 2040년 1만 8000여 명으로 반 토막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대학 정원 미달이 지금 속도라면 3년 뒤인 2024년에는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간극은 더 벌어질 전망이다.

◇기존 정책·주장 재탕 = 2030세대는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부동층 유권자로 급부상했다. 후보들이 청년 표심을 의식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대학을 살리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내놓은 정책들은 기존 정책·주장을 반복하거나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있어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은 지역대학 처지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보다 현실적인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방 예산지원과 교육 인프라 확대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조선대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방대학 문제는 여러 문제의 복합체"라며 "정부가 균형발전 정책을 세부적으로 취하는 게 대학이 사는 길이고 지역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대는 교육부가 아닌 광역지자체가 담당하게 해야 한다"며 "그러면 지역에 맞는 인재 육성이 되기 때문에 대학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그나마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 후보는 지난 9월 발표한 청년 공약에서 "혁신도시 지방대 의무채용 법정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지방대학과 산업의 튼튼한 연계를 위해서 '지방국립대 무상등록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교육공약을 발표하며 "지역거점대학을 중심으로 국립대학 통폐합을 추진하고, 서울대 학부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주장했다.

◇"지역대학 혜택 강화해야" = 교육계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집약된 지역대학 문제를 '공공성 강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공성 강화란 쉽게 말해 초중고등학교처럼 대학 교육을 무상화 혹은 준무상화해 공적 효과를 높인다는 의미다.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안정적 재정을 지원하면서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대학 교육 무상화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재정을 충분히 투입해 대학 무상교육과 지역대학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평생교육 수요가 느는 만큼 지역대학이 기존 직업·고등 교육기관에서 벗어나 지역의 종합교육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역대학 충원율을 늘리려면 대학생 지원을 수도권과 불평등을 없애는 수준을 넘어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2018년 기준 경남·부산·울산지역 사립대 학생 1인당 재정은 1458만 원으로, 서울 대학생 1인당 재정(2338만 원)의 62% 수준에 그쳤다. 이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일자리를 비롯해 학생들이 지역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수도권보다 실익이 있다고 느낄 정도의 혜택을 줘야 대학 서열화 극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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