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두(72) 경남개발공사 사장은 '창원시 진해구 웅동1지구(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 개발 사업' 논란 중심에 서 있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민간사업자 ㈜진해오션리조트와 협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창원시(사업 공동 시행자)·경남도(개발계획 승인권자)는 '용역을 통한 대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견해다. 이 사장은 이 때문에 창원시뿐만 아니라 출자해 개발공사를 설립한 경남도와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 창원시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의 '진짜' 속내를 들어봤다.

-공기업 사장이 1인 시위까지 한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창원시에 계속 공문을 보내 협약 해지를 요청했다. 답이 없었다. 경남도 역시 재구상 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선 것이다. 사장이 왜 1인 시위를 하는지, 우리 경남개발공사 전체 직원들도 그 내용을 알아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직원들에게 1시간 동안 영상으로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발표)을 했다. 릴레이 1인 시위를 기대했는데, 이후 나서는 직원은 없더라. 허허허."

-창원시 반응은 어땠나?

"시가 보도자료를 내서, 우리는 그 내용에 맞춰 공문으로 답을 해줬다."

▲ 이남두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인터뷰에서 창원시 진해구 웅동1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이남두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인터뷰에서 창원시 진해구 웅동1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 사장은 두산중공업 사장·부회장, 두산엔진 부회장, 센트랄 부회장을 거친 기업인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 캠프에서 고문과 취임위원으로 활동했다.

 

-허성무 창원시장과는 이번 문제로 껄끄러워진 건가, 아니면 지방선거 이후 소원해져서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던 건가?

"45년 직장 생활 하면서 원칙 하나를 세웠다. '업무', '사람'을 별개로 하는 것이다. 며칠 전 '부산신항 소멸어업인 생계 대책 민원 현장 조정회의'에서 허 시장을 만났다. 서로 웃으면서 악수도 하고 그랬다. 물론 미안한 마음도 있다. 후보 시절 인연을 맺었는데, 지금 뒤통수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일은 일이다."

-웅동지구 문제는 창원시장·도지사·사장, 이렇게 세 사람이 정치적으로 풀 수도 있지 않았나?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웅동 개발은 계약 문제다. 민간사업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그러니 계약을 해지하면 되는 것이다."

 

골프장 외 2단계 사업 진척 없어
창원시에 수차례 협약해지 요청
답 없어 시청 앞 1인 시위 결행

 

웅동지구 개발은 2009년 추진 이후 골프장만 개장한 상태다. 2단계 사업인 휴양문화시설·숙박시설·스포츠파크 조성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경남개발공사·창원시·경남도는 지난해 12월 '웅동1지구 정상화를 위한 기본구상 용역 추진' 협약을 했다. 여건 변화에 맞는 '새판 짜기'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남개발공사가 올해 다시 협약 해지 문제를 꺼내 들며 모든 게 멈췄다.

 

-경남개발공사가 삼자 간 합의를 깬 것 아닌가?

"협약서에 문구로 담지는 않았지만, '용역 진행'과 '민간사업자와 계약 해지'는 별개라고 못 박았다. 당시 김경수 도지사 확인까지 받았다. 그런데 창원시가 또 용역 결과를 보고 나서 해지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경남개발공사도 지금까지 사업 기간을 1년씩 세 번 연장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나?

"맞다. 삼세번이라고 기회를 준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연장해주면 자본금·이행보증금을 넣고, 2단계 사업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이제 더는 명분도 없다. 또다시 사업 기간을 연장해 주면 정말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다. 이는 직무 유기다. '직무 유기'라는 표현은 기사에 꼭 넣어 달라."

-민간사업자가 2단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뭐라고 판단하나?

"능력이 없다. 자본 잠식으로 돈이 없다. 계약 이행을 하지 않으면 이행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안 내고 있다. 우리가 압류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없다."

-웅동 문제도 계약 해지 땐 마산로봇랜드 소송처럼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산로봇랜드처럼 되지 않기 위해 지금 정리하자는 것이다. 정산 절차는 소송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변호사·회계사가 다 검토했는데 복잡한 소송으로 가더라도 100% 이긴다."

-협약 해지 이후 대안은 뭔가?

"대체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는 것이다. 지금 골프장은 이른바 노났다. 대체 사업자 재공고하면 대기업에서 하겠다고 박 터지게 경쟁할 것이다."

-경남개발공사가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 아닌가?

"만에 하나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가 맡아 할 수도 있다. 다만 지방공기업은 법적으로 골프장 같은 것을 직접 운영할 수 없다. 위탁 경영만 할 수 있다. 우리는 임대료만 받는 것이기에 이익 날 게 없다. 그럴 경우 떠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용역 또한 의미 없다는 생각인가?

"협약을 해지하면 정산 절차만 1년 정도 걸린다. 그때 진해신항 물류 등 여건 변화에 맞는 구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애초 2단계 사업에 포함했던 호텔·리조트는 꼭 필요하고, 포함돼야 하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간 연장에도 사업자 불이행
더는 명분도 없고 특혜 주는 것
소송 가더라도 100% 승리 자신
사업자 재선정, 대기업 나설 것
퇴임해도 공사 기조 유지 기대

 

이 사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다. 이 사장은 노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를 찾았을 때 김경수 전 도지사를 몇 번 만났다고 한다. 이 사장은 김 지사 시절 경남개발공사 사장직 공모에 도전해 합격했다. 오는 12월 11일 임기 3년을 마감한다.

 

-사장이 물러나면, 경남개발공사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

"상임이사가 당분간 직무대행을 맡는다. 100% 이어질 것으로 장담한다. 나 혼자만 이 상황을 끌고 온 게 아니다. 경남개발공사 직원들의 판단이었다."

-지방공기업 사장으로서 경남도와 관계도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진짜 이유가 뭔가?

"나는 대기업에서 오래 일하며 세운 철칙이 있다. 기본과 원칙대로 일하자는 것이다. 협약·계약 준수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약속이다. 법보다 우선이다. 그걸 지키는 게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그걸 이행하지 않고 있다. 되레 문제 제기하는 우리가 공격받고 있다. 경남개발공사는 도민을 위한 공기업이다. 원칙대로 도민 재산을 보호해야겠다는 일념, 그거 하나다."

-그러면 반대로, 사장 처지에서 봤을 때 창원시·경남도는 왜 이러는 걸까?

"그건 말 못 한다. 창원시·경남도에 물어봐라."

-1인 시위 때 '나중에 정치하려고 저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내 나이가 얼만데…. 그리고 나 같은 민간인은 정치 싫어한다. 전혀 그럴 뜻 없다. 농담 삼아 이런 얘긴 했다. 창원시장이 내년 선거에 나오면 따라다니면서 반대하는, 뭐라고 그러나, 낙선운동이나 해볼까 한다고…. 허허허."

-퇴임 이후 어떠한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나?

"직장생활 할 만큼 했다. 창원에 있으면서 산천초목을 찾아다니려 한다."

-떠나더라도 웅동 문제는 계속 관심 둘 수밖에 없겠다.

"퇴임하면 웅동의 '웅' 자도 꺼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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