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신안면에 있는 청담한의원 김명철(64) 원장이 28년간 한센인, 장애인을 위한 의료봉사를 펼치고 간디학교 등 교육 및 지역 공동체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지난 10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16일 <경남도민일보>와 만난 김 원장은 생애 최대의 도전이자 마지막 도전이 될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협동조합)의 출범과 안착에 모든 걸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2021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최고상인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습니다.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편안하게, 즐겁게 한 것인데 이게 상으로 돌아오니 보람됩니다. 저는 남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인데, 저도 사실은 남한테 인정받는 게 필요했다는, 위로가 필요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지금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 설립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이번 수상이 다른 분들한테 공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김명철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원지) 청담한의원 원장. 김 원장은 지난 10일 사회봉사 및 나눔실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명철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원지) 청담한의원 원장. 김 원장은 지난 10일 사회봉사 및 나눔실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의료협동조합에 관해선 잠시 뒤 자세히 여쭐까 합니다. '남들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그것만으로 수십 년간 각종 봉사 활동과 공동체운동을 해왔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습니다.

"제 성향이 원래 그런 거 같아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의사로서도 치료가 잘되면 기분 좋듯이 봉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장기려 박사님의 삶을 보면서 의사는 돈과 관계없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봉사를 시작하면 그만두기 어려워지는 게 있어요. 돌본 사람들이 떠오르는 것도 있지만 '내가 그간 가식적으로 한 거 아닌가' 책임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돈만 좇지 않고 봉사 활동을 하니까 사람들이 믿고 저희 한의원을 더 많이 찾아주는 점도 있습니다. 상도 많이 타고 또 이렇게 언론에서도 다루어주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죠. 그렇게 번 돈으로 봉사 활동을 하고 공동체운동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28년간 한센인 등 의료봉사
간디학교 설립·목화장터 운영
지역공동체 조성·확산 기여

 

-봉사 활동뿐 아니라 대안학교(충북 제천 간디학교) 설립 및 후원, 산청지역 프리마켓인 목화장터 운영, 생태마을 조성 등 다양한 공동체운동도 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와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40년 전 대학생 때 친구들과 야학 활동을 하면서 나중에 우리가 공동체로 함께 살아보자고 이야기를 하고 관련 공부도 했어요. 그때 그 친구들과 1993년부터 봉사활동도 한 거고, 지금도 단성면에 저를 포함 총 다섯 가구가 작은 마을을 이뤄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그 생각과 포부, 그리고 이후 경험이 다양한 교육 및 지역 공동체운동으로 이어진 거죠. 의료협동조합은 이 모든 걸 조금 더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에서 만든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게 도와주자, 의료 지원과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 등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모두가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아보자는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침을 놓고 있는 김명철 원장.
▲ 침을 놓고 있는 김명철 원장.

-의료협동조합은 산청지역이 중심인가요? 얼마나 준비가 진행됐는지 궁금합니다.

"전국 25개 지역에서 의료협동조합을 설립했는데 대부분 수도권 쪽이고 경남은 처음입니다. 조합 이름에 산청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진주·합천·창원·김해 쪽 분들도 결합이 돼 있어요. 경남에서 600가구가 참여해 총 1억여 원의 출자금을 모았고 오는 27일 오후 4시에 산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창립 총회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 중에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축'이 있는데,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조합 설립 신청을 해서 일정한 지원금도 받습니다. 그 돈으로 제가 의료봉사를 해온 산청 성심원에 병원도 짓고 있습니다."

-의료협동조합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쉽게 설명하면 고령이나 장애 등으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우리 가족 주치의'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의료진과 조합원, 환자 등이 참여하는 건강 소모임 등을 곳곳에 만들어서 서로서로 건강 관련 정보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건강을 지키고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합이 더 발전하면 저 같은 의사들도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다고 보고, 또 의사는 아니어도 직접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건강 리더'들을 양성하고 채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복지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 같은 곳을 보면 치매병원이나 정신병원이 거의 없어요. 이런 병은 마을이나 집 등 공동체가 함께 보살펴야 제대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산청 같은 곳은 의료시설이 열악하고 고령층도 많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있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장애인·노인 등 건강취약계층
정보 공유·지속적 관리 가능한
지역의료협동조합 설립 추진
"함께 행복하게 살게끔 돕고파"

 

-의료협동조합에 매진하게 되면 지금 운영하는 한의원은 어떻게 되나요? 또 간디학교, 목화장터 등 다른 일은 하기 어려워지는 거 아닌가요.

"한의사로서 활동은 성심원을 중심으로 하게 되고 청담한의원은 다른 사람한테 물려줄 생각입니다. 다른 공동체운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겠죠. 의료협동조합에서는 저도 월급을 받고 일합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경영이 잘돼야 저도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조직도 운영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한의원이 잘돼서 먹고살 수 있었고 다른 활동도 할 수 있었지만 쉽지 않아지는거죠. 그래서 아내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저는 사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제 심장이 얼마나 뛰느냐를 보거든요. 주변에선 너무 힘들지 않냐고,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전 스스로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다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재미가 있지 않겠어요? 한 80세까지는 의료협동조합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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