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터 조성지 인근 마을
진동·분진 탓 분쟁조정 신청
시 "준공까지 보상액 산정 중"

창원시가 추진하는 여좌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두고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공사 진동·분진 등 물리적 피해를 봤을 뿐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당시 제출했던 의견이 실제 공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한 주민은 이 사안을 경남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창원시 진해구 태백동 옛 육군대학 터 인근 한 주택가를 찾았다. 콘크리트로 만든 주택 외벽 이곳저곳에 금이 갔고, 석면 슬레이트 처마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내부 공간에는 벽지를 뚫고 천장이 내려앉은 지점도 보였다. 창고 문은 위아래로 뒤틀려 여닫이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 집은 창원시가 2018년부터 추진한 '여좌지구 도시개발사업 터(32만 5630㎡)' 일부와 맞닿아 있다. 임대료를 저렴하게 받는 '연구자유지역'을 만들겠다는 게 시 계획으로, 현재 터 조성 작업이 막바지다. ㄱ 씨 집과의 경계에는 높은 벽이 자리를 잡았다.

ㄱ 씨는 "진동·소음 때문에 임차인 2명이 못 견디고 나가 간접 피해도 심각하다"며 "천연 개울을 낀 환경이 없어져 버리고, 벽이 가로막아 햇빛도 들지 않는 등 재산 가치도 깎였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피해보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최소 5회 이상 보수와 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 창원시 진해구 여좌지구 개발공사 터와 맞닿은 한 주택 외벽에 금이 가 있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 창원시 진해구 여좌지구 개발공사 터와 맞닿은 한 주택 외벽에 금이 가 있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공사 과정에서 마을에 있던 수령 100년이 넘은 소나무도 고사 위기에 처했다. 마을 사람들이 예부터 신성시해왔던 나무로, 이곳 자연마을 이름인 '태송'도 여기서 유래했다.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의견을 보면, 보존 가치가 높은 보호수를 조사하고 보호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돼 있고, 평가서 본안에는 이 소나무 생육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온다. 시는 도로를 계획한 땅에 서 있었던 이 나무를 지난해 인접 터로 옮겨 심었는데, 현재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

ㄱ 씨는 2017년 9월 21일 이 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의견을 제출했다. 기존 보호수와 하천을 보전하는 등 자연친화적으로 터를 조성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친환경적으로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시 회신도 받았다. 이를 근거로 최근 시 민원게시판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시는 '구거(개울) 관련 주민 의견은 없었다'는 답변을 달았다. ㄱ 씨는 경남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이 사안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태훈 창원시 도시개발사업소 개발사업과 주무관은 "현재 손해보험사가 피해 현황을 살펴 보상가액을 산정하고 있으며, 준공 때까지 생길 추가 피해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보상가액은 주민들의 기대 수준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시가 평가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무병원 등 전문기관에 자문한 결과 소나무는 거의 고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3년 전 조사했을 때도 수세(나무 생명력)가 약했고, 계획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데다 2m쯤 낮게 식재돼 있어 불가피하게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민 의견을 모을 당시 자연친화적으로 터를 조성해달라는 의견을 받은 일이 있지만, 이는 2~3㎞ 하천을 대상으로 말하는 것이었고, 이 하천은 현재 지구 밑 우수박스(빗물 통로)로 연결된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온 민원은 특정 주택을 지나는 구거(도랑)만을 이야기한다고 판단해 '관련 의견이 없었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여좌지구 터 조성 공사로 옮겨 심은 태송마을 소나무는 앙상하게 말랐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 여좌지구 터 조성 공사로 옮겨 심은 태송마을 소나무는 앙상하게 말랐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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